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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 들어간

심민아
2019년 12월 04일
  



우유가 들어간 
 
 
정답고 정다워도,
정다워요, 말하면
동대문 밖으로 도망가는
미친 여자들이 있어요
 
사람인데, 눈사람인,
곱고 탄탄한,
차갑고 안 썩는
뽀드득한 속
 
빨갛고 길게, 새 코를 따라 달고 
훌쩍 훌쩍 숨쉬어보면, 우두둑,
무언가 부러지는 것 같다가도
 
환영합니다,
피血 없고 얼룩 없는
고맙고 찰진 속
 
그 말들이,
바닥에 쌓인 그대로,
그 말로서 진심이구나,
하는 선선함
 
정답고 정다워도,
정다워요, 말하면
한겨울에 창문 열어 내보내는
미친 여자들이 있어요
 
아침에는 잠자고
오후에는 앉아 있고
저녁에는 신을 눕혀 젖 먹이는, 학대하는,
 
눈사람인데, 사람인,
새파랗고 사혈死血 침도 안 먹는,
균질하고 밋밋한 속
 
그런 게 있어요
늙은 요정妖精에 가까운,
기쁨 밖에서 순수하게 놀라 달려온 덩어리와,
 
그 말들이,
얼어붙은 그대로,
그 말로서 이미 결정結晶인,
그런 선선함

 


눈사람 「명사」
미친 도시의 차가운 정상인의 한조각 미친 마음.
 


심민아
2014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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