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2

화성의 아이(6회)

김성중
2019년 12월 11일


키나 1


나의 내부여, 외부를 노래하라. 
 
내 몸이 목소리로 변할 시간이다. 두려움이 몰려온다. 
 
-
 
“무서워하지 마. 우선 내가 하는 걸 잘 봐.”
 
나는 화성에서 가장 크고 높은 ‘루의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다. 웃자란 풀들로 감싸인 평평한 이 지대는 아늑하고 편안하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과 바람이 부풀어올라 내 얼굴에 세겹의 호사스러운 그늘이 드리워진다. 그 사이로 마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허공에 투명한 못을 박듯이 쨍쨍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 처음에 마야는 발톱을 잔뜩 세운 고양이 같았다. 하지만 그후로는 한결같이 다정하다. 나 같은 괴물이 단단히 세워놓은 경계심의 목책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어 말을 건네는 것이다. 반면 나는 여전히 뻣뻣하고 음침했다. 눈은 열려 있지만 마음은 꼭꼭 닫혀 있는 붕어새끼. 그게 나였다. 
 
“물에 뜨는 건 아주 쉬워. 몸과 수면을 하나로 만든 다음 두 팔을 벌리고 누워 있기만 하면 돼. 데이모스가 그러는데 인간에게는 원래 물고기 유전자가 있대.”
 
도시빌딩에서 수영은 최상류층들만 배울 수 있는 사치스러운 취미였다. 마야는 ‘본토’에서 온 내가 이 은거지를 초라하게 볼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도 안 된다. 정원과 호수가 있는데 그럴 리가. 
 
“자, 이제 네 차례야.”
 
나는 엉거주춤 물속에 발을 담갔다. 장밋빛 호수는 기분 좋을 정도로만 차가웠다. 마야가 시키는 대로 몸에 힘을 빼려 하는 순간 눈앞이 흐려진다. 물속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하얀 타일 조각으로 갈라진다. 시작된다. 또다시 시작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수술대에 누워 있다. 수술대가 너무 커서 내 발밑으로 아이 한명이 더 누워도 될 정도다. 또다시 이 방으로 돌아왔구나. 그러면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텐데……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버둥거리지만 일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내 몸은 차곡차곡 접힌 채 압박붕대로 묶여 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젊은 간호사가 땀 때문에 찰싹 달라붙은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건너편을 향해 말을 건넨다.   
 
“얘 머리도 묶어야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또다른 간호사.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작은 키에 주근깨가 박힌 붉은 얼굴. 비염이 있어서 내내 코를 킁킁거린다. 간호사들이 내 머리를 손가락을 대충 훑어내 정수리께에 단단히 잡아맨다. 두피를 너무 세게 당겨 왼쪽 이마가 따끔따끔하다. 몹시 신경이 쓰이지만 잠시 뒤의 이 통증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큰 충격에서 도피하기 위한 작은 통증.
 
“잠깐만, 엄마가 풀어줄게.”
 
엄마의 목소리. 시간이 가면으로 변해 과거에서 더 과거로 날아갔다. 시간 가면이 엄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엄마는 양팔저울 같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즉시 알아차리고 반대쪽 그릇에 추를 더하거나 덜어내서 균형을 맞추는 저울. 춥거나 졸리거나 배고프면 엄마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해결해주었다. 슬프거나 심심하거나 이유 없이 울고 싶으면 그것도 알아차렸다. 무등을 태워주는 아빠 옆에서 엄마는 환히 웃는다. 그들은 여기 없다. 그들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이 밀고 들어와 기억을 박살낸다. 
 
“입을 아 벌려보렴. 옳지! 잘했다.”
 
간호사들이 입에 가제 솜을 집어넣고 테이프로 봉한다. 이제 수술대 위에서 버둥거릴 수도,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땀구멍으로 비 오듯 식은땀을 흘리는 것뿐. 천장 불빛이 눈부셔서 눈을 감았다. 내가 눈을 감을 수 있던 마지막 순간이다. 
 
“이제 마취합니다.”
 
주삿바늘이 좌우 관자놀이를 찌른다. 아프지만, 참는다. 마취약이 퍼지는 동시에 내 얼굴 위로 천이 씌워진다. 두 눈만 뚫려 있는 천은 우스꽝스러운 복면처럼 보인다. 사형수들은 눈을 가리지만 나는 반대로 눈만 내놓은 형국이니까. 의사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무섭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필사적으로 마야를 찾는다. 나는 가라앉고 또 가라앉는 중인데 물 밖에서 마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허리를 펴고 편안히
 
그럴 수 없다. 칼날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의료용 펜으로 내 눈꺼풀에 두개의 선이 쓱 그어진다. 가운을 입은 남자가 바싹 얼굴을 들이민다. ‘잠투정하는 아이에게는 한밤중에 모래 사나이가 다가와서 눈알에 모래를 뿌리고 간단다……’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내가 읽은 가장 무서운 책. 책장이 허공에서 넘어간다. 마침내 모래 사나이가 왔다. 종이인형을 오리듯이 내 눈꺼풀을 잘라내기 위해서. 난 항상 가위질이 서툴렀어. 종이인형의 손가락이나 발을 싹둑 잘라먹은 적이 많았지. 그래서 이 벌을 받는 건가?
 
메스가 속눈썹을 건드리더니 자기 일을 시작한다. 마취 때문에 통증은 없지만 금속이 살에 닿는 감각만은 선명하다. 나는 오려지는 종이인형이었다. 낙서처럼 찍찍 그어진 눈 위의 선을 따라 눈꺼풀이 잘려나가자 커튼이 벗겨지듯 오른쪽에 다시 세상이 드러난다. 눈으로 들어온 피 때문에 세상이 온통 붉다. 수술대에서 잘려나간 것은 눈꺼풀만이 아니었다. 비명도 목소리도 목구멍에서 얼어붙었다. 그 순간 내가 외눈박이가 아니란 것이 그토록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그 꼴을 한번 더 당해야 하니까. 왼쪽 눈으로 바싹 다가온 메스. 세상에서 가장 큰 칼날.
 
수술실의 하얀 타일이 가장자리부터 붉게 변하기 시작한다. 붉은 방. 화염 속에 휩싸인 세상. 온 우주를 불태워버리고 싶다. 모래 사나이가 아이들의 눈알을 훔쳐갈 수 없도록. 
 
피가 멈춘 눈의 가장자리에 눈물이 돌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눈 감을 수 없는 밤과 낮, 하얀 암흑이 시작된다. 내 눈은 한낱 구멍이 되었다. 
 
“울지 마……”
 
누군가 내게 입을 맞춘다. 슬프고 부드러운. 시간 가면이 휘리릭 넘어가며 이 순간과 흡사한 기억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다. 엄마인가? 잡혀가기 전날 엄마는 나를 안고 내 머리에 줄곧 입술을 누르고 있었다. 사랑과 슬픔이 몰려들지만 엄마는 아니다. 수술실의 벽이 사방으로 넘어가고 나는 다시 부연 미로 속을 걸어가고 있다. 의식을 되찾는다. 루의 나무 아래 내가 누워 있다. 붉은 차양 너머로 비쳐드는 화성의 오아시스. 
 
수술실의 회전문을 돌아 호숫가에 나온 것처럼 어리둥절하다. 땀이 식어가며 이성이 돌아오고 있다. 무사히 호숫가로 돌아온 것일까? 
 
나는 벌떡 일어난다. 눈에 덮여 있던 양귀비 꽃잎 두장이 허공에 팔랑거리며 천천히 떨어진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마야가 물속에서 기절한 나를 호숫가에 눕혀놓고 꽃잎을 따서 내 눈꺼풀에 하나씩 올려놓은 것이다. 마야는 내게 입을 맞추고 달아나버렸다. 덕분에 나는 수술실에서 호숫가로, 다섯살에서 열다섯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간과 가면이 포개진 종이를 구겨버리고 마야가 모래 사나이를 밀어내어버린 것이다.  
 
-
 
“나는 석달간 붕대를 감고 소경으로 살았어.”
 
입맞춤에 대해 우리는 모른척 하기로 한다. 하나의 연극, 부자연스럽지만 부지불식간에 생겨난 연극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사이에는 무언가 공모의 분위기가 생겨난다. 이제 우리는 비밀을 나눠가졌다. 비밀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말들이 필요했다. 비밀 위로 두툼한 담요처럼 수많은 대화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나는 ‘있었던’ 일들을 잘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있을 수 있던’ 일들을 떠올리기를 좋아했다. 엄마가 살아 있더라면, 아빠가 반란군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면, 환풍구에서 새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여덟시의 여름 저녁, 배급받은 케이크의 촛불을 단번에 껐더라면 같은 것들을. 그러나 마야에게는 달랐다. 한번 털어놓기 시작하자 과거는 멈출 수 없이 들이닥쳤다. 
 
“오랫동안 기억을 잃어버렸어. 회복이 된 다음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선천적으로 이렇게 태어난 줄 알았어. 붕대를 감고 있던 몇달간 나는 암흑 속에다 부모님과 이전의 기억을 모두 두고 나왔어. 나는 나의 일부일 뿐이야. 진짜 나는 거기 있지. 눈꺼풀까지 온전한 나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살아 있었으니까.”
 
“누가 널 키워주셨어?”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는 나를 데려오기 위해 대부분의 재산을 정리하고 정부에 기부해야 했어. 남은 돈으로 352층이나 아래로 이사를 와야 했지. 이 말은 햇빛을 받을 시간이 11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어들었다는 소리야. 위층이 쓰고 남은 공기를 재사용하는 식이라 어디서나 묵은 빨래 같은 냄새가 났어……
 
학교를 갈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집에서 지내면서 할아버지에게 모든 걸 배웠어. 시계 보는 법, 읽고 쓰는 법, 식사예절과 옷을 깨끗이 세탁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괘념치 않는 포즈를 취하는 법, 위험을 구분하고 빠져나오는 법을 배웠지. 할아버지의 사랑은 온실 같았어. 온실 속에서 무탈하게 자란 나는 또래들처럼 학교에 가게 해달라고 졸라댔지. 
 
학교에 가보니 그날 하루가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왜 보내지 않았는지 알겠더라.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매일 학교에 갔어. 
 
우리 반에는 엄마가 임신한 줄 모르고 발전소에서 일하다가 피폭당해 팔꿈치 아래가 없는 안토니아라는 아이가 있었어. 학교는 3년만 다녔는데, 3년간 안토니아 말고 아무도 나와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지. 붕어새끼. 그게 학교에 온 지 한시간도 안 돼 지어진 내 별명이야. 안토니가 외팔이로 정해진 것처럼. 
 
외팔이랑 붕어새끼는 단짝이었는데, 단짝일 수밖에 없기도 했어. 우리는 온 학교의 눈길을 끌면서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에 서로가 없으면 위험했거든.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지. 외팔이는 힘이 세고 붕어새끼는 똑똑했으니까. 
 
한 팔로 뭐든 할 수 있던 안토니아. 입과 양 발가락이 팔도 되고 손가락도 되던 안토니아. 그러고 보니 너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해. 한번은 자기 집에 나를 데려가 국수요리를 해준 적도 있어. 산더미처럼 삶은 파스타를 각자 접시에 덜어놓고 소스를 뿌려 먹었는데 안토니아의 동생들과 북적이며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나. 
 
나는 줄곧 허약한 아이였어. 피부는 핏줄이 비칠 듯 하얗고 금발인 머리는 색이 빠져나가 은발처럼 변했고 가느다란 뼈는 자주 부러졌지. 안토니아가 자기 책가방은 어깨에 메고 내 책가방은 한 팔로 들고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곤 했어. 게다가 발작이 시작되면…… 초경 이후부터 과거나 미래의 그림자가 자주 일렁거렸거든. 쓰러지거나 미세한 경련현상이 있던 나를 보건실에 데려다놓는 것도 안토니아였지. 
 
그때부터 보건실은 나의 아지트였어. 나를 따돌리는 아이들, 아니면 동정하는 아이들을 피해 빈둥거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 보건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면 색깔이 물든다거나 빛과 그림자가 섞여 무수히 다른 이미지들을 만들어냈지. 나는 눈앞에 광고가 아무리 많이 지나가도 그 너머의 이미지들을 잡아낼 수 있도록 훈련을 시작했어.” 
 
“광고란 게 정확히 뭐야? 데이모스가 광고 영상을 모아놓은 클립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난 뭔지 통 모르겠더라고. 뒤죽박죽이고.”
 
마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묻는다. 광고를 설명하려면 상품을 설명해야 하고, 상품을 설명하려면 시장을,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 마야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역사책 보듯 굵직한 사건들만 골라 대충 알고 있었지만 개념적인 형태로만 인지하고 있어 세부는 몰랐다. 나에게 공기같이 자연스러운 일들이 마야에게는 전부 수수께끼가 되는 것이다. 
 
“광고는 상업방송 앞뒤에 잘 붙는 건데……”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미래의 이미지가 급하게 몰려든다. 광고가 지나가고 뉴스가 시작되었는데 화면에 마야가 나온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 마야는 수조에 들어 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마야는 지구에 있었다. 아니, 이 문장은  시제를 고쳐야 한다. 
 
마야는 지구에 있을 것이다. 
 
 


김성중
소설가. 지은 책으로 『개그맨』 『국경시장』 『이슬라』 등이 있다. 



7회에서 계속됩니다. 
(매주 화요일 연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