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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오는 조상신 없다

정효정
2020년 01월 12일


 

주목: 여행, 다른 가치를 실천하는 이동


 

한번은 이란의 여학생에게 대체 왜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지 물어봤다. 초심자의 스카프는 자꾸만 머리에서 벗겨져 내렸고, 그럴 때마다 이란 친구들이 ‘경찰이 너 잡아간다’고 놀려서 아주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는 ‘남성을 유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알라신이 그렇게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스카프를 쓰지 않고 다니다가 남성에게 나쁜 일을 당하면 그것은 여성의 잘못’이라고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머리카락을 내놓고 다니면 나의 아름다움에 반해 남자들이 나를 강간할 것이기 때문에 스카프로 가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옆에서 혀를 차는 서양 여성과 달리,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밤늦게 다니니까 성폭행이나 당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으니까.

문제는 내가 그렇게 조신하게 온몸을 가렸는데도, 이란 남성들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내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고, 혀로 핥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상하좌우로 쳐다봤으며, 오토바이로 골목길을 막아서고, 내 가슴과 허벅지를 향해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대체 나의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 스카프를 뚫고 빠져나온단 말인가. 그 이전에 ‘여성이 아름다움을 가리면 남성이 죄를 짓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신이 너무 단순한 게 아닌가. 한번은 오토바이를 타고 저 멀리서부터 나를 만지기 위해 손을 뻗으며 달려오는 청년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일도 있었다. 여차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청년들은 외국 여자의 몸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신이 나 있었다. 열이 받은 나는 모스크에 대고 종주먹질을 했다. “아, 남자들이 유혹에 빠지는 게 문제라면 애초에 테스토스테론을 제거하는 게 간단하지 않았겠냐고요!” 

‘나는 너희들을 유혹하지 않기 위해 이 더위에 이렇게 노력하는데 어떻게 너희 남자들은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는 거니……’라며 매일 분노의 절규를 쏟아냈지만, 주변 이란인들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어떤 남자들은 원숭이와 같아서 재미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 그러니 반응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만이 방법이야. 화를 내면 너만 손해야.” 


아아, 나는 한국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는 애 아니면 개니까 어쩔 수 없다’며 여성에게 ‘현명하게 행동할 것’을 당부하는 말들. 한국에서는 ‘개’라고 하는데 이란에서는 ‘원숭이’라고 하는 정도의 차이였다. 점점 여기가 한국인지 이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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