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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말

박연준
2020년 03월 09일


음악의 말



벼락같이 빠른 걸 주운 사람?
주운 사람?
 
*
나는 음악이다 사람들은 내가 나타나면 ‘흐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흐를 때도 있지만 고여 있을 때도, 앉아 있을 때도, 싸우고 있을 때도 있다
 
*
나는 얼굴이 없다 얼굴을 비우고 다른 존재가 된다 
쌓인 얼굴로 방을 어지럽힌다 
나는 나를
말릴 수가 
없다
 
*
저 첼리스트는 죽은 여인을 다리에 끼고 앉아,
나를 불러낸다 
 
나는 지붕에서 고통스럽게 나타난다 
죽은 몸을 통과해야 하므로 
내가 지나는 길은 길고 
축축하다 
나릿나릿하게, 나는 침입한다
 
*
벼락같이 빠른 것을 주운 사람? (주운 사람?)
 
*
영원이란 말은 봉쇄되어 영롱하다 
그것은 시작 전에 사라지는 말
음악에 붙어 귀신이 되는 말 
 
*
우리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무엇도 타지 않고, 그곳에 도착해야 하므로
우리는 가장 빠른 방법을 실천했다
바라보며, 가닿기
 
*
“나를 보면, 내가 갈게” 
그가 말했다
 
나는 음악이고, 그는 영원이었다 
옛날에,

 


박연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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