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0

IN SEOUL

구현우
2020년 03월 09일


IN SEOUL



공연이 끝났으므로 무대는 철거되기로 한다 쓰레기를 먼저 줍지는 않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임시계단으로
 
내려온다 아티스트는 이미 현장을 떠났다 끝없는 관객 또한 음악 안에서
 
공연장 밖으로 나가는 동안에도 음악을 빠져나가지는 못한 표정으로
 
흩어져갔다 우리의 일은
음악다운 음악 다음에 있다
조명을 일제히 꺼서는 안 된다 무대를 비추는 일부의 빛으로 공중을 쓸어야 한다 합판을 옮기고 못을 빼고 대부분을 해체하고 이런 게
 
무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걸 체감하면서
 
우리는 나와 현장에 머무른다 우리 중 가장 나이 많은 친구가
이야기에 음을 붙이고 있다
 
무대의 주인공이 없어도 무대는 무대처럼 남아 있다
 
무대는 빈터가 되어간다 빈터는 공원 안에 포함되어 있다 공원은 도시림을 이루는 한 부분이다
우리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남은 먼지를 쓴다
 
무대는 없다
주워 먹을 게 없는데 비둘기 몇마리 돌아다니며 바닥을 쪼고 있다

 


구현우
2014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