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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안락함은 무엇에 빚지고 있나요?

문학3
2020년 03월 10일


 

주목: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2019년의 인물을 떠올려볼 때,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이름이 있으신가요? 너무 광범위한 질문이어서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리라 생각되지만,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스웨덴의 한 평범한 학생이 결석시위라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전 세계를 상대로 기후행동을 촉구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이 안락함이 무엇에 빚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작년 9월 UN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툰베리는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헛된 말(empty word)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툰베리의 그 말은 특정한 몇몇을 향한 말이 아니라 환경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작은 노력조차 하지 않는 우리 모두를 향한 질책이었을 겁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재앙의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얼마 전 호주에서는 기록적인 산불 소식이 전해졌지요. 이 산불로 안타깝게 희생된 동물은 캥거루, 코알라를 포함해 4억 8천만 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이상 고온현상)가 원인으로 지적되었고요. 그런가 하면 지난 3일에는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새끼 참고래의 부검 기사가 전해졌습니다. 대형 고래 부검은 이번이 국내 최초라고 하는데 관건은 고래의 사인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질병이나 먹이의 문제인지 아니면 해양 쓰레기가 원인인지 장기를 적출한 뒤 분야를 나눠 분석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원인의 비중을 따지는 일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는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죽은 고래의 배를 가르면 쏟아져나오는 것.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아니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요? 동물 살처분 매립지를 기록한 사진들이나(문선희 『묻다』, 책공장더불어 2019) 녹조로 가득한 강 사진,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 사진을 아프게 바라볼 줄은 알지만 그것을 그저 사진 속 이미지로만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제로웨이스트나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이 요청되는 시대, 우리의 삶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것일까요? 

〔문학 3〕 2020년 1호 주목에서는 그것이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임을 자각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다섯 필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환경과 생태에 관한 주제가 다른 화두보다 어렵다고 고백하는 이라영 님의 글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결론에 이릅니다. 

망원동 에코하우스에서 별일 없이 살고 계신 고금숙 님은 일상 속 실천의 영역에서 우리가 해나갈 수 있는 지침들을 일깨웁니다. 책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호미 2015)를 통해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의 실상과 진실을 탐구해오신 신혜정 님은 핵발전의 대안을 묻기보다는 ‘탈핵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일원인 오연재 님의 글에서는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결석시위가 한국에선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필 수 있고, ‘지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 님의 글을 통해서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순환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의 말과 행동을 지켜나가는 이들이 많아질 때, 우리의 ‘헛된 말’들도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훼손, 파괴, 침범이 아니라 결속, 미래, 자연스러움 같은 단어들에 삶이 둘러싸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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