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2

신라 공주 해적전(10회)

곽재식
2020년 04월 07일



상잠의 말을 듣자 한수생은 당황하여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제가 익힌 무예라고는 화살을 쏘는 서대사법뿐인데, 칼을 들고 싸우라고 하시면 한번 휘두르기도 전에 제 목이 날아가지 않겠습니까?”
 
한수생은 더듬거리며 말을 더하려 했다. 그러나 장희가 그 말을 가로막고 끼어들었다.
 
“어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하겠습니까? 먼 옛날 국조께서 백제를 건국하실 때에는 따르는 신하가 오직 열명뿐이었는데, 곧 마한왕(馬韓王)을 무릎 꿇게 하고 삼한(三韓)의 모든 나라들이 우러러 섬기는 임금 중의 임금이 되셨습니다.”
 
장희는 잠시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그것이 국조께서 마한왕과 서로 칼싸움을 하며 겨루어 이겼기 때문입니까? 그때 백제의 병사가 마한왕보다 강했기 때문입니까? 백제의 열 신하들이 삼한 78국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전쟁을 벌여 이겼기 때문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국조께서 마한왕을 무릎 꿇게 하셨던 것은, 바로 국조의 덕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신라 장수들의 불만을 듣고 어루만져주면서 조세를 가져오는 것은 바로 우리 백제의 덕을 보이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칼을 들고 죽이면서 싸우려 드는 일만 옳다고 하신다면, 백제를 건국한 국조께서 행하셨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뜻이란 말입니까?”
 
장희가 말을 마치자, 상잠은 재빨리 공주의 얼굴빛을 살폈다. 그러더니, 즉시 공주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숙이고 바짝 엎드렸다. 상잠이 말했다.
 
“공주께 죄를 빕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 감히 백제의 국조를 욕되게 하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제 본뜻이 아니며 말이 헛나왔을 뿐이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한편 장희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
 
“또한 우리 백제는 앞으로 다시 나라를 세우고 구주를 모두 되찾아 신라를 몰아내겠다는 뜻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때 걷을 조세를 지금부터 조금씩 받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라에서 조세를 거두는 것이 틀린 일이고, 조세를 걷을 때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일이 틀린 일이라면, 도대체 무엇이 맞는 일이겠습니까?”
 
장희의 말이 끝나자 상잠은 더욱 잘못했다고 빌었다.
 
“공주께 다시 제 죄를 빕니다. 제가 어찌 나라를 키우고 신라를 벌한다는 뜻에 조금이라도 반대되는 말을 하고자 하겠습니까? 만약 제 뜻이 그렇게 잘못 전해졌다면, 그것은 혀를 놀리고 목소리를 내는 재주가 모자란 것이 잘못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상잠은 거기에서 말을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상잠은 흘깃 장희를 쳐다보았다.
 
“다만 제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제 우리 군사들이 무예를 사용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편안히 가져오는 재물만 가져다 쓴다면, 언제 군사를 길러 신라를 무너뜨리고 구주를 차지하겠습니까? 오직 그것이 걱정스러워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상잠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공주는 한수생에게 물었다.
 
“도위는 내게 답하라. 우리가 군사를 기르는 것이 지금 어렵게 되었느냐?”
 
그 말을 듣자 한수생은 상잠 옆에 나아가더니 그 옆에 머리를 숙이고 엎드렸다.
 
“공주께 죄를 빕니다. 제가 재주가 모자라 감히 군사를 기르는 일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배운 무예라고는 서대사법뿐이므로 부하들을 모아 활쏘기 연습을 자주 시키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을 얼마나 모아야 하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공주는 웃으며 한수생에게도 다시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이번에 공주는 영군에게 물었다.
 
“영군은 우리가 군사를 얼마나 모아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말해줄 수 있는가?”
 
“부여씨의 후예이신 공주께서 옥좌에 오르시기 전 시골에서 사실 때에, 저희들이 부여씨의 후예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갔다가 들었던 말씀이 있으니, 바로 옛날 백제가 신라의 간교한 자들에게 망했을 때 마지막까지 백제를 다시 일으키려고 했던 풍 태자(豊 太子, 백제 부흥운동에 관여하였던, 부여풍을 말한다)께서 남기신 보물 이야기입니다.”
 
영군이 대답했다. 그 목소리가 우렁차 장희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풍 태자’라는 말이 나오자, 공주 이외에 모든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우는 시늉을 했다. 장희와 한수생은 그런 예절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해 했으나, 급히 그 모습을 같이 따라했다.
 
영군이 이어서 말했다.
 
“장차 백제의 옥좌에 앉으셔야 마땅했던 풍 태자께서는 백제가 망할 때에 왜국 섬에 몸을 숨기고 피신해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복신, 도침 두 영웅을 만나 다시 백제를 되찾고자 군사를 일으키셨으나, 한탄스럽게도 하늘의 운수가 맞지 않아 결국 다시 신라 군사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머리를 찧었다. 어떤 병사들은 정말로 안타까워하며 울부짖듯이 “아이고”라고 하는 자도 있었다.
 
“이때 풍 태자께서는 백제의 가장 귀한 보물들만 특별히 모아서 서쪽 바다의 어느 곳에 숨겨두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만약 이 보물만 되찾는다 하면, 우리는 수천명, 수만명의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을 먹이고 입힐 재물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썩어 빠진 신라 조정을 무너뜨리고 백제를 다시 일으켜 구주를 모두 차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한수생이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먼저 풍 태자께서 남기신 보물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까?”
 
공주가 대답했다.
 
“풍 태자의 보물이 있을 만한 섬이 서해에 이백스물두곳이 있으니, 거기를 모두 훑고 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다. 우리는 해적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면서 서해의 섬들을 하나둘 돌아볼 군사들을 모아야 하니, 지금 병사들을 기르고 싸우는 것을 익히게 하는 것 또한 우선은 풍 태자의 보물을 찾기 위함이라는 뜻이다.”
 
한수생은 그 말을 듣고 자신 없이 중얼거리기로,
 
“그렇다면 이제 군사들에게 활쏘기 대신에 땅을 파고 곡괭이질을 하는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라고 하는 도중에, 장희가 끼어들어 말했다.
 
“백제의 마지막 보물을 찾는 일이라면, 많은 군사를 모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도위에게 기회를 주시면 제가 도위를 도와 기한 내에 반드시 보물이 있는 곳을 찾아내겠습니다.”
 
그러자 상잠이 장희를 돌아보았다.
 
“공주께서 다시 대업을 일으키시어, 서경에 도읍을 세우고 지금 이때까지 힘을 기울여 찾아다닌 것이 풍 태자의 보물인데, 어찌 그것을 감히 그대가 며칠 몇달 사이에 찾는단 말인가?”
 
장희가 대답했다.
 
“청해진대사 장보고는 온 바다를 다스리며 바다의 모든 재물을 손에 넣고 있었습니다. 만약 풍 태자가 그와 같이 막대한 보물을 정말로 남겼다면, 청해진대사 장보고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장보고는 망하여 잊혀졌으나, 장보고의 재산을 갈기갈기 나누어 가진 무리들 중에는 반드시 풍 태자의 보물에 대해서 아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장희가 그렇게 말하자, 그 말을 듣는 무리들은 모두 심히 기뻐하였다. 특히 영군은 감격하여 이렇게 말했다.
 
“만약 도위께서 풍 태자의 보물이 어디 있는지 정말로 알아내신다면, 우리는 그 보물로 서쪽 해안의 배와 뱃사람들을 모조리 사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날이 오면 저는 그 무리와 함께 그대로 서라벌로 들이쳐서 신라 임금의 군사들과 싸울 것이니, 그렇게 통쾌하게 싸울 수 있다면 싸우다가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난다 하더라도 터져 나가면서 오직 웃고 또 웃기만 할 것입니다!”
 
그날 밤, 한수생과 장희는 다시 신라의 조세 운반선을 찾으러 가야 했다. 그런데 장희가 한수생의 거처에 가보니 한수생은 힘이 빠져 쓰러져 있었다. 한수생이 말했다.
 
“공주께서 오늘은 업혀 있고 싶다고 하시어 하루 종일 업어드렸더니, 이렇게 지쳐서 지금은 한걸음도 더 움직이기가 어렵소.”
 
장희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한수생은 기쁜 얼굴이었다.
 
“그런데 오늘 낭자가 공주 앞에서 말했던 대로, 우리가 풍 태자의 보물을 구할 수 있다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니겠소?”
 
한수생의 얼굴은 다시 조금 어두워졌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신라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이니, 아무리 공주의 남편이 되었다 하더라도 신라를 배반하고 백제의 군사를 크게 일으켜 신라의 임금님과 싸우게 된다면 그것은 걱정이오.”
 
장희는 그 말을 듣고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수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는 정말로 풍 태자의 보물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오. 풍 태자의 보물은 예로부터 뱃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떠돌던 소문으로 거짓말쟁이들과 허황된 소리를 좋아하는 이야기꾼들이 좋아하던 이야기일 뿐이오. 세상에 풍 태자의 보물이라는 것이 진실로 있을 리가 있겠소?”
 
그 말을 듣고, 한수생은 이해할 수 없어 궁금한 얼굴이 되었다. 한수생이 물었다.
 
“낭자, 그렇다면, 도대체 왜 상잠에게는 풍 태자의 보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오.”
 
“풍 태자의 보물을 찾는다는 이유를 대며, 옛 장보고 대사의 부하들을 찾아 다니다보면, 분명히 제법 큰 배를 갖고 있으며 나와 얼굴을 아는 뱃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 틈을 타서 그 사람들에게 붙어서 여기서 도망치려고 하는 거요. 이놈들은 걸핏하면 백제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백제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다 죽이겠다 하는 정신 나간 해적떼들이란 말이오.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하지 않겠소?”
 
그날부터, 장희와 한수생은 신라 조정의 배들을 만날 때나 다른 뱃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풍 태자의 보물에 대한 소문을 물었다. 부하들에게도 누구를 만나든 항시 풍 태자의 보물에 대해서 물어보라고 하면서, 소식이 있거든 알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마침 공주 앞에 상잠, 영군, 장희, 한수생 등이 모두 모여 있을 때에, 졸개 하나가 소식을 전한다며 달려왔다.
 
“무슨 소식이기에 공주께서 계신 엄한 곳에 이와 같이 급히 들이닥치느냐?”
 
상잠이 꾸짖었다. 그러자 졸개는 몇차례 고개를 숙이고 엎드리며 사죄했다.
 
“도위께서 중한 소식은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급히 아뢰라고 말씀하셨기에 이렇게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공주가 물었다.
 
“무슨 소식이 그와 같이 중한가?”
 
그러자 졸개가 네번 절하고 공주께 직접 말했다.
 
“풍 태자께서 남기신 보물의 위치를 표시해놓은 지도가 있는데, 그 지도를 이름이 알려진 큰 해적인, 대포고래가 갖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풍 태자라는 말이 나오자, 다시 모든 사람들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우는 시늉을 했다.
 
 
9.
 
대포고래가 보물 지도를 갖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곧 상잠은 그렇다면 대포고래로부터 보물 지도를 빼앗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풍 태자께서 남기신 보물은 백제의 가장 귀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언젠가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백제를 다시 되찾고자 할 때를 위해 숨겨놓은 것이다. 지금 공주를 모시고 백제를 이어나가는 우리 외에 누가 주인이겠는가? 반드시 우리가 대포고래로부터 그 보물 지도를 가져와야 한다.”
 
이에, 영군, 상잠, 한수생, 장희 등등은 모여 어떻게 대포고래와 싸워 이길지 의논하게 되었다.
 
“대포고래는 단숨에 배 한척을 침몰시킬 수 있는 거대한 투석 대포 기계를 갖고 있으니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하물며 우리는 그저 대포고래를 이겨야 할 뿐 아니라 대포고래가 갖고 있는 보물 지도를 가져와야 하니 무작정 대포고래의 배를 우리가 먼저 가라앉힌다고 되는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포고래의 부하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대포고래는 사로잡아야겠군요.  우리는 배와 군사들을 모조리 데리고 나아가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대포고래의 부하들과 대포고래의 배를 서로 떨어지게 만든 뒤에 대포고래의 배만 우리 배들 사이의 위험한 곳으로 끌어들여서 해치워야 합니다.”
 
의논이 한참 진행되었을 때, 부하 하나가 말했다.
 
“이는 지금껏 우리가 벌인 싸움 중에 가장 큰 것입니다. 그런 즉, 무예가 가장 뛰어난 영군 장군께서 먼저 앞장서서 나가시고, 대포고래와 가장 먼저 맞붙어 싸우면서 점차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영군이 대답했다.
 
“백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 내가 앞장설 수 있다면, 싸우다가 화살 백대, 천대를 맞아 온 바다가 내 피로 벌겋게 된다고 하더라도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싸움터의 맨 앞자리를 내 어찌 겁내리오?”
 
그런데 상잠은 그것을 말렸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처음부터 가장 무예가 뛰어난 장군이 위험을 무릅써서야 되겠소? 만약 그러다가 해적들의 배가 공주께서 계신 곳까지 오게 된다면 누가 공주께서 계신 배를 방어하겠소?”
 
상잠은 한수생과 장희 쪽을 바라보았다.
 
“요즘 도위께서는 많은 공을 세우셨으니 이번에도 중요한 일을 맡아보시는 것이 어떻겠소? 더군다나 도위께서 공을 많이 세우기는 하셨으나 군사들이 뒤따르고 위엄을 보일 만한 무예와 용맹을 보인 적은 없다고 하는 말이 군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소. 그러니 이번에 싸움터에서 맨 앞에 나가 대포고래와 싸우고 그 배를 끌어들이는 일을 도위께서 하신다면, 모든 군사들이 그후로는 도위를 우러러볼 것이오.”
 
그 말을 듣자 한수생은 겁을 먹고 우물쭈물하였으며, 그 자리는 금세 끝나게 되었다.
 
의논이 끝나고 한수생은 손발을 씻겨달라는 공주의 명령을 듣고 곧 공주의 처소로 갔다. 가서 공주를 기다리고 있으니, 장희가 먼저 찾아왔다. 한수생은 장희를 보고 잠시 반가워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하필이면 풍 태자의 보물 지도를 대포고래가 갖고 있다니 이런 낭패가 있겠소. 대포고래는 우리와 사이가 좋지 않으니, 대포고래는 우리를 보자마자 죽이려 들 것이오. 대포고래는 덩치가 크고 기력이 대단히 세니, 아무리 내가 무예를 연마한다고 해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오.”
 
장희가 대답했다.
 
“이 또한 위험한 싸움터에 그대와 나를 보내어 죽게 하려는 상잠의 술책이오.”
 
한수생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백제 공주의 남편이 되었으니 어찌 도망칠 수가 있겠소? 낭자, 나는 이번 싸움에서 대포고래에게 죽지 않을 도리가 없소. 만약 내가 세상을 뜨거든, 낭자가 나중에라도 고향 사람들에게 내 소식을 전해주시오.”
 
그 말을 듣고 장희가 대답했다.
 
“고향에 있는 그대의 벗들은 모두 그대의 곡식을 빼앗기 위해 그대를 해치려는 작자들뿐이었던 것을 벌써 잊었소?”
 
이튿날, 사람들이 공주 앞에서 모여 대포고래와 어떻게 싸울지를 다시 의논하게 되었다.
 
상잠이 먼저 나서서 말하기를, 한수생과 장희가 대포고래와 맞서 싸우면서 그를 끌어들이면, 모든 배와 모든 졸개들이 한꺼번에 달라붙어 일제히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때 장희가 나서서 말했다.
 
“이번 싸움 한판에 모든 군사들을 다 쓸어넣는다면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입니다. 만약 이번 일이 잘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무슨 군사로 백제를 다시 일으키겠습니까? 우리의 원수인 신라는 아직도 구주 방방곡곡마다 병졸들이 가득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상잠이 엄한 목소리를 내었다.
 
“무엄하고 불길한 말을 당장 멈추라! 백제의 조종세업을 지켜 온 종묘와 사직의 영령들이 우리를 돌보아주고 계신데, 어찌 우리가 풍 태자께서 남기신 보물을 찾아낼 기회를 잃겠느냐? 신라와 싸우다 세상을 떠난 수십만 백제 군사들의 한 맺힌 기운이 우리를 보호하는데, 어찌 우리가 패하여 위험해진다는 말을 하느냐?”
 
장희는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종묘사직의 영령들이 그렇게 영험하다면, 왜 백제가 망하기 전에 신라를 몰아내지 못했나? 백제 군사들의 한 맺힌 기운이 그렇게 세다면, 왜 살아 있을 때에는 신라 군을 이기지 못했나? 영령과 기운으로 싸움을 싸울 것 같으면, 네놈이 젓가락을 들고 대포고래의 대포에 대적해보면 어떠한가?”
 
장희는 고개를 들어 상잠을 보며 말했다.
 
“제가 올리는 말씀은 싸움을 하면 안 된다거나, 위험을 피해 도망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병사들이 위험하게 목숨을 걸기 전에, 먼저 제가 홀로 대포고래를 만나 서로 무예를 겨루며 담판을 지어 보면 어떻겠습니까?”
 
 

11회에 계속됩니다. 

 


곽재식

2006년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지상 최대의 내기』 등 다수의 소설과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한국 괴물 백과』 등의 저서가 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