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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그루 금귤나무

손유미
2020년 04월 22일



 
여러그루 금귤나무


 
잃어버리는. 실업을 하고 잃어버리는 꿈을 많이 꾼다 어제는
형이랑 놀았다 나 저 형과 노는 게 재밌어 마냥 형을 따라다니는데 내 저 형은 몇살이람 어림잡아…… 나는 저 형의 동생인 것도 내가 어른인 것도 알았다니까 이런 잠결에도
 
방의 문이 이만큼 열렸다 다른 방문은 안 그러는데 이 집에서 이 문은 꼭 이만큼 저 혼자 열린다 뭐, 집이라고 해봤자
혼자라고 해봤자
그래 돈벌이라고 해봤자 그래도
식구라고 저녁은 같이 먹는 것처럼
 
껍질째 먹지. 씨는 뱉는다 어릴 때 이렇게 먹었던 것 같아 낑깡을 꿈에서도 껍질째 먹지. 씨는? 묻는다 형은 계속 바깥으로 씨를 뱉는데 나는, 
밖으로 씨를 뱉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아무래도 
이 꿈에 씨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너는 
어디쯤 나오는 줄 아니 짐작해보라고 
 
말해야지
깨면
 
해야 할 일들이 자꾸 떠오르고 무어라 뭐라 형은 말하고 저 문, 경첩을 새로 달자 비밀이 멋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문단속을 하고 
입안이 깔깔해 이를 닦고 
저녁 준비를 하다가 간단히
꺼낼지도 모른다 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러면 넌,
 
괜히 어렸을 적 얘기를 꺼낸다 이만큼
열린 문밖에서 그런데 
이건 꿈의 일부인가 
 
나갈 시간을 놓쳤느냐고 저랑 너무 오래 노는 것 같다고
사뭇 진지해진 형은 
또 뭔가
 
깨면
 
이런 꿈이었다 오늘은. 네게 말해주고 싶어 주먹을 꽉 쥐고 잊지 않았어 빨리 네가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어느덧 훌쩍 지나간 시간들에 
아 맞다! 문득 돌아보니 
 
방 한가득 
 
금귤나무가 웃자라서
금귤나무가 웃자라서
 
바람에 흔들린다 
 

 


손유미
2014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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