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2

완벽한 생애(9회)

조해진
2020년 05월 07일


미정


서울행 버스에 오른 미정은 자리를 잡자마자 여러개의 검은 비닐봉지를 발치에 두었다. 알배추와 쪽파, 고추와 호박과 고구마 같은 것이 담겨 있는 비닐봉지였다. 차창 밖에는 아버지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약속이 있는 사람인 양 주변만 두리번거리던 그는 버스가 출발할 때에야 언뜻 고개를 들었고, 미정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엔 마치 급박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방금 떠올랐다는 듯 손 인사 한번 없이 돌아섰다.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 어머니 제사를 같이 치르자는 말을 꺼낸 건 일주일 전이었다. 미정은 당황했다. 부모가 이혼한 지 20년이 넘은 데다 그 이혼이 어머니의 일방적인 요구로 진행된 걸 알고 있는 미정으로선 아버지의 제안이 단박에 납득되지 않았던 것이다. 거절하지는 못했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미정은 알겠다고 대답했고, 통화를 마친 뒤엔 창고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부탁해서 비번 날짜를 미리 조율해놓았다. 일년 전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부터 미정은 내내 C마트에서 일해왔다. 입고된 상품을 확인하고 정리하여 판매량과 유통기한과 할인율 같은 수치를 기준으로 상품을 매대에 배열하는 일이었다. 숫자는 정확하고 과묵해서 좋았다. 그런 숫자를 기준으로 매대 상품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은 뜻밖에도 미정의 마음을 느슨하게 해주었고, 목장갑을 낀 손으로 식료품 매대부터 생활용품 매대까지 정리한 뒤 마트를 한바퀴 돌면 작은 세계 하나를 직접 일구었다는 과장된 뿌듯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버스에 속도가 붙자 비닐봉지의 부스럭거림이 풀잎 소리처럼 변형되는 듯하더니, 이내 버스의 흔들림에 미정의 숨결이 겹쳐졌다. 미정은 곧 익숙한 풍경이 검은 장막 너머에서 펼쳐지리란 걸 알 수 있었고, 꿈속에서도 이 꿈이 오랜만에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작게 놀랐다. 
  
법정에 있는 꿈이었다. 꿈속 법정에서 미정은, 그러나 변호사나 판사가 아니었고 참관을 온 인권법재단의 직원도 아니었다. 미정이 앉아 있는 곳은 언제나처럼 증인석이었고 미정의 시선이 대각선으로 닿는 곳엔 피고인석이 있었으며, 방청석은 미정이 살아오면서 친분을 맺어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장면이 일년 전까지 수시로 반복됐던 그 꿈과 똑같았다. 그들 중엔 한시절 가깝게 지낸 친구나 선배도 있었지만, 재단의 예전 의뢰인이라든지 졸업과 동시에 멀어진 동창들, 누군가의 소개로 서너번 데이트를 했을 뿐인 또래 남자들처럼 수년에 걸쳐 연락 한번 한 적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친분이 옅은 사람들은 대개 눈가 코와 입이 없는 살색 덩어리로만 등장했는데, 미정은 그 사람의 생김이나 이름은 잊었어도 어디에서 어떻게 만난 사이인지는 단박에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이 아픈 건 방청석을 메운 사람들이 환기시키는 관계의 덧없음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일제히 바라보는 쪽이 피고인석이 아니라 증인석이라는 그 기묘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겁먹은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아버지가 죄를 인정하는 순간이 아니라, 증인석의 미정이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의 죄를 폭로하거나 증언하는 배반의 순간을 그들은 기다렸다. 미정은 폭로도 증언도 할 수 없었다. 몰랐으니까. 책이나 기사에서 읽은 것처럼 아버지 역시 베트남에서 민간인 마을을 불태웠는지, 그곳에 사는 남자들을 죽이고 그 남자들의 아내들과 딸들을 겁탈하고 그 광경을 목도한 아이들을 총검으로 내리친 게 맞는지, 미정은 몰랐고 모르고 싶었으니까, 전력을 다해, 매순간 균등한 절박함으로. 
  
“부대 전체가 갔지. 선택이고 뭐고, 그냥 가라니까 다 갔어.”
    
어젯밤에야 미정은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참전한 이유를 물었고, 아버지는 새삼스럽다는 듯 미정을 한번 흘끗 보더니 그렇게 대꾸했다. 제사 음식으로 아버지와 마주 앉아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지원한 게 아니고요?”
  
미정은 젓가락으로 나물을 뒤적이며 최대한 무심을 가장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목돈 벌 생각에 지원한 군인도 있었지만 우리 부대는 차출이었어. 하긴, 그리 무서울 줄은 가기 전엔 모르긴 했지.”
  
“뭐가요?”
  
“……”
  
“뭐가 무서웠는데요?”
  
“……”
  
미정은 그제야 아버지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주저 없이 물었다. 의무로 참전했다는 말에 일정량의 안도감이 차오르긴 했지만, 아무리 억지로 끌려갔다 해도 그것 자체로 면죄부가 될 수 없고 모든 것이 속죄되지도 않는 것이다.
  
“그야 언제라도 죽을 수 있었으니까 무서웠지. 누군들 안 무섭겠냐. 근데……”
  
“……”
  
“근데, 나중엔 다 무뎌지지. 그래서 더 무서운 거다, 피를 보고 시체를 보고 어디 한군데 부러져서 짐승처럼 우는 사람을 봐도, 뭘 봐도 무뎌지니까.”
  
“……” 
  
마치 남의 경험을 전하듯 이야기를 이어가던 아버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서랍장 쪽으로 걸어가더니 담배를 꺼냈다. 당뇨병에 녹내장까지 앓는 사람의 몸에서 담배 성분은 평균 이상의 독소가 되겠지만, 미정은 아버지를 말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뺨이 홀쭉하게 들어가도록 두어모금 숨을 들이켰다. 방안이 연기로 매캐해졌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 
  
“돈 말이야. 매달 보상금 들어오는 통장 따로 만들어놨다. 내 생활이야 농사지은 걸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으니까.”
  
말하며, 아버지는 바지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냈다. 통장뿐 아니라 통장을 건네는 타이밍까지 미리 준비한 티가 역력했다.  
  
“나 죽으면 사망일시금이 나올 텐데, 그 돈도 이 통장으로 들어올 거다. 혹여라도 안 들어오면 보훈처나 병무청에 찾아가서 꼭 받아내고. 그 돈으로 다시 공부를 하든 시집갈 때 쓰든, 그렇게 해라.”
  
“아버지, 진짜……”
 
“내 말 들어!”
  
아버지가 갑자기 얼굴까지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정은 놀라지 않았고, 다만 슬펐다. 아버지의 큰 눈동자가, 그 눈동자에 묽게 번져가는 회한의 빛이,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흙을 만지고 푸성귀를 거두느라 때가 가득 낀 손톱들이 미정을 고요하게 슬프게 했다. 
  
“이 돈은 그냥 돈 아니다. 내 몸이야. 그냥 나다. 내가……”
  
“……”
  
“내가! 이 서병철이가, 지금껏 대접 못 받고 무시만 당하면서 이리 살아온 거, 그 평생에 대한 보상이야.” 
 
“……”     
  
“……도장은 그 비닐 안에 있고 비밀번호는 예전 집 전화번호 뒷자리다.”
  
“……”
  
“끝이야. 이 얘기는 오늘부로 여기서 끝인 거다, 알겠니?”       
  
그 말과 함께 아버지는 담배를 빈 접시에 비벼 끈 뒤 거칠게 수저질을 시작했고, 미정도 말없이 남은 밥을 마저 먹었다. 그날이 떠올랐다. 4월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차갑게 응축된 바람이 세게 불었던 6년 전 오늘…… 나무들은 이르게 틔운 꽃잎을 흩뜨렸고 거리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외투 앞섶을 움켜쥔 모습이었던 그날, 퇴근길 횡단보도 앞에 서서 휴대전화로 엄마의 두번째 남편이 전하는 그 소식을 듣는 동안 미정은 고작, 고작, 속으로 그렇게 되뇌고만 있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미정을 밀치며 지나갔지만 주변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감각할 수 없었다. 엄마는 이혼 뒤 식당들을 전전하며 일했고, 일하는 식당이 바뀔 때마다 애인도 바뀌었다. 애인들이 떠나고 나면 엄마는 술을 마셨다. 아니, 몸 안으로 술을 들이부었다. 미정은 남자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결핍을 느끼는 엄마의 나약함이 지긋지긋하면서도 엄마가 단 한 사람의 부둣가에 정박하게 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다. 마침내 그 바람이 이루어지긴 했는데, 그 유효기간이은 고작 3년이었던 것이다. 휴대전화 저편에서 그는 고속도로 갓길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차에서 나와 가까운 수리점에 전화를 걸고 있을 때 트럭이 승용차 쪽으로 돌진했다고 말했다.
  
저녁을 다 먹고 나자 버스 막차 시간에 근접해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는 아버지에게 미정이 먼저 자고 가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내 거실에 담요와 이불을 가져다놓았고 세탁된 수건과 포장을 뜯지 않은 비누와 칫솔도 건넸다. 열살 이후로 아버지와 한집에서 자는 건 처음이었다. 소등을 하자 안방에선 간헐적으로 기침소리가 들려왔는데, 억눌린 채 터져나오는 마른기침이었다.   
  
휴대전화 진동에 미정은 천천히 눈을 떴다.  
  
무의식 안쪽의 스크린에 영사되었던 법정은 순식간에 암흑 속에 묻히고, 이제 미정의 눈에 보이는 건 앞좌석의 등받이뿐이었다. 미정이 떠난 집을 정리하다가 소파 쿠션 아래 둔 통장을 발견했을 아버지는 미정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미정은 휴대전화의 진동이 멈춘 뒤에야 아버지 앞으로 또 찾아가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작성했고, 발송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기침이 심상치 않으니 병원에 가보시라고 덧붙였다. 아니, 마지막 문장이 결국 지워진 상태로 미정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잠은 다시 오지 않았다. 자세를 바로 하고 차창 밖 풍경을 살피는데, 휴대전화가 또 한번 진동하더니 사진 한장이 화면에 떠올랐다. ‘대정읍 풍력발전기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우산을 든 채 포즈를 취한 보경 언니의 사진이었다. 요즈음 제주에서의 그녀의 활동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사진이기도 했다. 제주 신공항은 공사가 확정됐고 도청 앞 천막촌도 거의 다 철거되었으며 그곳을 지키던 활동가들은 뿔뿔이 흩어졌다는 건 미정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여기는 고사리장마 기간이야. 보경 언니는 뒤이어 그렇게 메지시를 써서 보냈고, 고사리장마란 제주에서 고사리가 돋을 무렵에 잦은 빈도로 비가 내리는 기간을 일컫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연락 좀 자주 하자. 딸이 뭐 그리 무심해? 마지막으로 도착한, 보경 언니의 투정 섞인 목소리가 바로 연상되는 그 메시지에 미정은 웃고 말았다. 
  
내 딸 한번 해줄래? 일년 전, 갈비뼈 치료를 마친 뒤 제주를 떠나올 때 공항까지 짐을 들어준 보경 언니가 그런 부탁을 했었다. 그때 미정의 머릿속에는 최대한 빨리 제주를 떠날 생각밖에 없었다. 천막촌 생활과 다른 사람의 집에 기생하는 현실에서, 현장에서 다친 것이 보경 언니 탓도 아닌데 계속해서 미안함을 숨기지 못하는 그녀의 말과 행동과 표정으로부터, 미정은 멀리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작별인사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탑승 게이트로 들어가려던 미정은 보경 언니의 그 부탁에 그제야 마음의 속도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느리게 감지하며 그녀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두 눈은 이미 연하게 젖어 있었다. 미정이 얼결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미정 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온 그녀가 두 손으로 미정의 뺨을 어루만졌다. 
  
“……보경아.”
  
“……”
  
“보경아, 있지……”
  
“……”
  
이상했다. 미정은 이상하다고 거듭 생각했다. 그녀가 아주 오랫동안 미정에게서 성장한 딸을 유추하며 들여다보곤 했다는 것을, 그때껏 단 한번도 그런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데도, 그 순간 미정은 확신을 갖고 직감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더 하고 싶어하면서도 끝내 하지 못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미정이 먼저 그녀를 안아주었다. 어색한 건 없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미정도 그런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보경 언니에게 장문의 답장을 보내는 동안 버스는 종점인 신촌에 도착해 있었다. 양손에 비닐봉지들을 나눠 든 채 버스에서 내린 미정은 바로 빈 택시를 잡아탔고, 목적지를 묻는 기사에게 충동적으로 망원동이라고 대꾸했다. 새 직장인 독립프로덕션 근처로 이사를 간 윤주가 몇번이나 집에 놀러 오라고 일러주었는데도 주소만 받아놓고 일이 바빠 가보지 못한 차였다. 택시가 움직이는 동안 미정은 휴대전화 전화번호부에서 윤주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윤주가 전화를 받으면 식재료가 양손에 가득하다고, 도무지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는 양이라고, 같이 먹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하자고, 미정은 말할 생각이었다. 



마지막회에 계속됩니다. 

 


조해진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등이 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