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5

비행기 복도

이원
2020년 06월 03일



 
비행기 복도


 
밤 8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46a 창가석 남자는 앉자마자 고개를 말굽자석처럼 구부린 채 잠들었고 46c 복도석 여자는 안전벨트를 하자마자 기내잡지를 꺼내들었다 창가석과 복도석 사이 46b 새는 반쯤 접은 날개를 양쪽 팔걸이에 한쪽씩 걸쳤다 안전벨트 해제 사인이 켜지자 음료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46c 기내잡지 여자는 오렌지주스를 46b 새는 토마토주스를 주문했다 네 손님 승무원은 종이컵에 냅킨을 둘러 건네주었다 기품 있는 방식이군 새는 냅킨으로 부리를 닦았다 비행기 내부는 서서히 침묵에 빠져들었다 46c 여자는 복도라고 부르고 46b 새는 통로라고 부르는 곳으로 승무원들이 희미하게 번지며 사라졌다 음 날개 근처는 어디나 소음이 심하군 비밀처럼 새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비행기가 쿵 소리를 내며 거칠게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46a 남자의 움푹 파인 머리가 튀어 올랐고 46c 여자는 손을 꼬리뼈로 가져갔다 이 통로는 매우 마음에 드는군 생각보다 많은 걸 삼켜 46b 새는 날개를 펼치며 잠겨 드는 복도를 쳐다보았다 

 


이원
1992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사랑은 탄생하라』 『나는 나의 다정한 얼룩말』 등이 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