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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서스펜스

서요나
2020년 06월 11일
 
 

봄날의 서스펜스
 
 
나무 속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려 
 
네가 그렇게 속삭이며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앉은 채로 나무에 기대 꿈을 꾸는 중이었고
너는 내 무릎에 누운 채로 깨어 있었다 
 
내 꿈이 전염되어간 거라고 믿어보자
 
등 뒤의 나무를 올려다보며 얘기해주었지
네 표정을 바라보지 않아도
나무를 보려고 얼굴을 당기면 
저절로 너의 표정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곳에서 밤이 태어나고
저 멀리서 밤이 늙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기관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휴대전화의 원종(原種)이
처음 보는 번호가 찍혀오는 화면이듯이
 
우리를 본다는 것과
우리 중 누군가를 본다는 건
얼마나 먼 종의 일일까
 
‘꿈속에서 나무를 봤어?’
따옴표가 붙은 것처럼 나는 너의 질문을 듣지 못하고
 
빗방울이 마침표처럼 떨어지기 시작하며 폭우가 왔다
우리는 우리를 싣고 가는 것이 맥박인지
숨인지
심박인지 빗소리인지 돌이켜보며 말을 멈췄다
 
빗소리는 땅에서 나는 소리인데
왜 모두가 저 소리를 들으려고 
하늘부터 올려다볼까
 
맥박과 숨과 심박과 
빗소리가 점차 섞이면서
어류의 운율로 된 의문을 뽑아내고 있었고
사위가 녹음기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처럼 캄캄했다
 
네가 내 무릎을 짚고 벌떡 일어난다
청바지 주머니 속으로부터 손거울이 떨어진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여과되어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너의 얼굴로 떨어지다가
다시 머리로 떨어진다
 
근데
여기가 어디야?
 
여기가 어디냐고?
 
질문들이 모두
손바닥보다 작은 거울 속에서만 울려퍼졌다
 
얘, 내가 그랬지
저 나무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니깐
그래서 네가 뭐라고 대답했어?
 
무슨 대답?
 
꿈이 꿈속으로 다 돌아가기 전에
너는 내 팔을 잡아당겨 하얀 팔뚝 위에
명령문의 어조로 질문을 썼지
 
‘꿈속에서 나무를 봤니?’
 
‘아니
내가 나무였어’
 
답변했지만
문자였는지 음성이었는지 
기억이 없었네
 
어느새 비가 그쳤고
소나기였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렸다
 
전화벨 소리가 들려
죽은 나무 속에서
 
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내 꿈이 옮아간 거라고 생각해보자
 
너를 고대처럼 사랑하고 싶어서
이름을 묻지 않고 
또 잠이 들었다
 
  


서요나
2018년 『페이퍼이듬』에 작품 「낯」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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