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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줘

이자켓
2020년 07월 08일



 
와줘


 
담뱃재를 떨며 거리의 차를 바라봤다
연달아 지나가는 차의 색은 모두 검정
우리의 옷차림도 마찬가지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다
아침 나절 동안 만든 수제 쿠키가 기억났다
손끝으로 은박지를 만지작거리다
계단을 오르는 너를 불러 건네주었다
너는 쿠키를 받자마자 이상한 소리를 내었는데
그것을 <우으에우>라고 해야 할지 <끼우우욱>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내가 <우으에우>와 <끼우우욱> 사이에서 난감해하는 동안
너는 유리문을 밀고 카페로 들어갔다
서둘러 따라 들어가 테이블에서 의자를 빼는데
너는 은박지를 열고 쿠키 하나를 집어들었다
어디 가?
바람 좀 쐬고 올게
또 비밀이야?
글쎄, 그럴지도 아닐지도
너는 성큼성큼 움직여 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내가 뜨거운 커피를 식혀 마시는 동안
아주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며
물을 따르고 잔을 반납하고 흩어졌다
너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한산해진 카페에서 나는 생각했다
외투와 가방 그리고 나를 남겨놓은 채
너는 어디로 갔을까?
외투와 가방 그리고 나보다 소중한
쿠키 하나를 들고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옆 건물 비상구 근처에 웅크려 앉아 쿠키를 먹을까
옥상에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쿠키와 키스를 할까
아니면 가까운 바다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떠나
지금쯤 쿠키와 함께 방파제에 걸터앉아 있을까
쿠키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해>라고 해줘
안돼? 그럼 <사랑>이라고 해봐
이것도 안 돼? 그럼 <우으에우>라고 말해봐
이것도? 그럼 <끼우우욱>은?
너의 간절한 시선에 
쿠키의 초코칩 눈동자가 겹쳐지고
<내 마음을 보여줄게>
쿠키가 대답했다 그리고
몸에서 아몬드 심장을 뽑아
노을이 지는 바다에 던졌다
아몬드 심장이 가라앉는 동안
너는 쿠키의 옆얼굴을 보며 낭만을 느꼈을지도 몰라
 
언제쯤 돌아올까?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문에 걸린 종을 따라 머리를 흔들어본다
천천히, 천천히
배가 고파온다
너의 가방에서 핸드폰이 울린다
테이블이 흔들리고 마감 중인 카페가 진동하고
나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다
 
이번엔 어제 먹은 알리오 올리오 녀석이다
 
 


이자켓
2019년 '대산대학문학상' 시 부분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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