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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들어가면 안 돼요

이수명
2020년 07월 22일



 
연못에 들어가면 안 돼요


 
연못에 들어가면 안 돼요 연못에는 물이 흐르고
연못에는 전기가 흐르고 
거기에 몸을 구부리면 안 돼요 이런, 벌써 목이 쉬었어요
연못에는 온화한 시간이 흘러가고
 
무엇이 살아 있는지 연못 속을 들여다본다.
모두 죽은 것 같다. 물고기들이 죽어서
너무 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물고기들이 살아날지도 모르지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나 혼자 
죽은 사람처럼 여기
서 있어도 괜찮지만
 
연못에 들어가면 안 돼요 몸에 물이 닿으면 안 돼요 전기가
흐르면 안 돼요
연못에는 아무도 없고 
 
아무도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비밀도 없고
 
오직 전기 모터가 작동되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연못에 들어가면 안 돼요 멈춰버린 연못에 지나가는 비가 떨어지면 안 돼요 
그쪽으로 가면 안 됩니다
그냥 벗어놓은 구두를 던지면 된다. 그런 온화한 모습을 보이면
그쪽으로 던지려 하면 된다.
 
 
 


이수명
1994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마치』 『물류창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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