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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3회)

장류진
2020년 11월 17일
   



안 뻔한 소리 2017년 3월 13일
 
  
우리 회사만의 정설이 있다. 식후 커피가 스타벅스면 순수한 동료, 커피빈이면 썸이다.
 
정설은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사내의 어떤 인물과 왠지 가깝고 특별한 사이가 된 것 같다고 가정해보자. 메신저로 업무를 주고받다가 어느새 일과 관련 없는 사적인 연락이 오가고, 자연스럽게 회사 근처에서 점심도 몇번 따로 먹었는데 아직 저녁 약속까지는 가지 않았을 때. 좀더 발전 가능한 관계인지 아니면 착각일 뿐인지 헷갈릴 때. 점심 외식 후의 커피 타임이 스타벅스에서 이루어졌다면 마음을 접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고, 커피빈이었다면 조금 더 진도를 나가도 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다음 약속은 점심이 아닌 저녁으로 질러봐도 괜찮을지도.
 
주변 인물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옆 팀 신입과 사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면? 요즘 부쩍 단둘이 외근을 자주 다니는 저 둘, 뭔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모두가 하고 있다면? 업무를 함께 하는 동료라는 이름으로 주변 사람들의 눈을 가린 채 과감한 사내 연애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본인들만 모른 채 줄줄 흘리고 다닌다면? 점심시간 후 복귀하는 둘의 손에 어떤 커피가 들려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초록색이 아닌, 커피빈의 보라색 빨대를 쪽쪽 빨고 있다면─둘 사이의 일은 확인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아무래도 합리적 의심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커피 브랜드에 별다른 함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회사 건물 바로 맞은편에 하나, 그리고 두 블록 건너 식당이 밀집해 있는 곳에 2층짜리가 하나 더 있었다. 둘 다 사무실에서 접근성이 좋았다. 커피빈은 2층짜리 스타벅스에서 한 블록을 더 지난 다음 작은 길을 한번 더 건너는 수고를 해야 나타났고, 살짝 외진 곳에 있었다. 잠시라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회사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면, 굳이 맛도 크게 다르지 않은 프랜차이즈 커피 한잔 마시는데 그곳까지 갈 이유는 없었다. 비록 5분 차이의 거리라고 해도 말이다. 5분은 점심시간 전체의 8%에 해당할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니까. 게다가 탁 트인 스타벅스와는 달리, 이곳의 커피빈은 테이블 사이에 칸막이가 세워진 자리가 네칸이나 마련되어 있어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 더 적합했다. 우리는 이곳을 ‘기차 칸’이라고 불렀고, 입구와 가까운 쪽에서부터 1호 칸, 2호 칸, 3호 칸, 4호 칸이라고 이름 붙였다.

B03과 만날 때는 늘 스타벅스가 아닌 커피빈으로 향했다. 우리가 썸이라서? 아니다. 그렇다면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맞다. 우리의 대화는 90%가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회사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스타벅스에서 회사 욕을 할 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았다. 우리는 기꺼이 도보 3분을 더 투자해서 커피빈의 기차 칸을 사수한 다음에야 회사 욕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다.

은상 언니, 지송이와 점심 약속을 잡은 뒤 11시 55분부터 1분 간격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56분. 57분. 58분. 58분. 아직도 58분……?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59분. 59분. 59분…… 12시가 되었다. 팀장을 포함해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12시 1분. 역시 미동도 없었다. 12시 2분. 그대로였다. 12시 3분이 되는 순간 나는 바퀴 달린 의자를 스윽 밀고 일어나면서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오늘 약속 있어서 점심 따로 먹을게요. 맛있게 드세요.”

동시에 공용 옷걸이에 걸어둔 코트를 팔에 걸고 후다닥 복도로 나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꼭대기 층에서부터 싣고 내려온 빽빽한 사람들 사이로 지송이와 은상언니를 발견하고는 눈짓으로 인사하며 괜히 쿡쿡 웃었다. 

메신저로 못다 한 수다가 목적인 만남이었으므로 메뉴는 뜨겁지 않은 전주식 콩나물국밥으로 정했다. 맛도 있지만 무엇보다 빨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10분 만에 국밥을 후루룩 해치우고 커피빈으로 향했고 마침 비어 있던 4호 칸에 자리를 잡았다. 롱코트를 벗어놓고 지갑을 챙겨 일어난 은상 언니가 커피를 사주겠다고 나섰다.

“갑자기 왜?”
 
언니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냥!”

웬 하이톤? 언니의 대답을 듣고 나는 좀 의아해졌는데 평소의 은상 언니는 저렇게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기 때이었다. 간결한 대답이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밝은 기운이 은근슬쩍 묻어나왔다. “뭐 마실래?”라는 또 한번의 밝고 경쾌한 목소리에 나는 사양하지 않고 “따뜻한 캐러멜 라떼”를 외쳤다. 언니가 우리의 주문을 외우면서 카운터 쪽으로 향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다시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오면서 말했다.

“우리, 케이크도 먹을까?”
 
“그럴까?”
 
“그래, 먹자. 콩나물국밥은 맛있긴 한데 이거 먹은 날은 꼭 2시부터 배고프더라.”
 
은상 언니의 말에 지송이가 놀라며 물었다.
 
“정말? 2시는 너무 심했다.”
 
“야, 이것도 줄여 말한 거야. 솔직히 1시 반부터 허기질 때도 있다고.”
 
언니가 덧붙였다.
 
“케이크도 내가 살게. 인당 하나씩 시켜. 나는 치즈케이크. 너희는?”

우리는 은상 언니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각자의 케이크를 주문했다. 언니가 계산하러 간 사이, 지송이가 손등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곁눈질하며 내게 물었다.

“저 언니, 오늘 뭔가 좀 달라 보이지 않아?”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그치? 기분이 좀 심하게 좋아 보이지?”
 
“응, 좀 이상해.”

그 말을 듣고 다시 은상 언니를 바라봤다. 맞아, 이상해. 확실히 이상했다. 우선 눈빛부터 달랐다. 전에 없이 자애롭고 충만했다. 주문을 위해 점원과 대화하다가도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두번쯤 고개까지 젖히고 웃었다.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는 경량 패딩 주머니에 양손을 깊숙이 찔러넣고서 어깨를 한껏 추켜올렸다가 빠르게 툭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점차로 은은한 미소가 만면에 번졌다. 저 언니가 왜 저러지? 원래 저런 언니가 아닌데. 

은상 언니는 잘 웃는 법이 없었다. 우리 셋 중에 가장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감정 기복도 적었다. 아니, 우리 셋을 떠나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손꼽히게 침착한 사람이었다. 그런 언니에게도 지금 컨트롤하기 어려운 무언가가─아마도 기쁨 같은 것─휘몰아친 듯했다.

불현듯 무언가 떠오른 사람의 얼굴을 한 언니가 패딩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허겁지겁 꺼냈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언니의 눈이 멀리서 보기에도 확연히 드러날 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한 손으로 황급히 입을 가렸다. 아치 모양의 눈썹을 잔뜩 올린 채 커다랗게 뜬 눈을 몇번 더 끔뻑거리던 언니는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 다시 휴대폰을 패딩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입술을 안쪽으로 잔뜩 말아넣고 꾹 다물었다. 입술은 숨겨 넣었지만 입꼬리는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그 입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번지는 큰 웃음을 애써 참는 행위였다.

플라스틱 쟁반에 각기 다른 세잔의 커피와 세조각의 케이크를 받쳐 들고 4호 칸으로 다시 돌아온 은상 언니는 케이크 접시를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달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주문하신 케이크 나왔습니다, 손님.”
 
“풋, 언니. 오늘 대체 왜 그래?”
 
웃음을 참지 못한 지송이가 먼저 물었다.
 
“뭐가?”
 
언니가 반문했고, 내가 거들었다.
 
“아까 채팅으로 얘기할 때랑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평가 때문에 기분 잡쳤다고 난리 난리를 치더니 말이야.”
 
“그러니까. 근데 막상 만나보니 기분 되게 좋아 보이잖아? 뭔가 이상해.”
 
“내가?”
 
지나친 반문. 어설프게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이상해. 알고 보니 혼자 ‘인정’ 받은 건 아니겠지?”
 
“야, 그럴 리가 있겠어? 날 뭐로 보는 거야. 서운하려고 그래.”
 
“언니가 ‘인정’이면 당연히 축하해줘야지. 우리 때문에 숨길 필요는 없다는 말이었어.”
 
지송이가 끼어들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이건 분명…… 남자야.”

그 말을 듣고 나니 또 그게 정답인 것 같았다. 설마 연애하냐는 내 물음에 언니는 호방하게 웃더니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언니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비어져나오다 못해 꿀렁, 넘쳐버린 것만 같은 오묘한 긍정의 기운은 그걸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입사 이래 이렇게 희망적인 버전의 강은상은 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돌이켜보니 언니가 마지막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대체 남자를 언제 어디서 만난 거지? 우리는 서로의 생활패턴을 훤히 꿰뚫고 있었는데 작년인가부터 서핑에 빠져서 종종 주말에 스폿을 찾아다니는 지송이라면 모를까, 은상 언니의 삶은 그야말로 회사와 집이 전부여서 남자를 만날 기회라고는 전혀 없었다. 삭막한 환경 속에서도 잘되려는 사람은 어떻게든 잘되는 건가? 설마 사내에서? 사내라면 그게 누구든 별로일 테니 제발 말리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을 즈음, 언니가 또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더니 무언가 잽싸게 확인하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단언하듯 말했다.

“맞네. 저거 봐. 이 언니 남자 생겼네.”
 
“진짜야 언니? 썸이라도 타는 거야? 누군데? 누구한테 이렇게 연락이 오는 거야?”
 
지송이가 테이블 맞은편에 놓여 있던 은상 언니의 하얀색 휴대폰 끄트머리를 잽싸게 잡아 올렸다. 동시에 은상 언니가 그걸 다시 낚아채며 깔깔 웃었다.

“아휴, 이것들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럼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냐고 우는소리를 하자 언니가 말없이 휴대폰 액정 화면을 자기 허벅지에 스윽 문질렀다. 뒤이어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쪽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턱을 살짝 괴었다. 그 모든 동작이 슬로모션이라도 건 듯 아주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이루어졌다. 언니는 살짝 기울어진 시선으로 맞은편에 나란히 앉은 나와 지송이의 눈을 한번씩 마주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뭔지 알려주면, 너희도 같이할래?”

‘같이’ 하자는 말에 나와 지송이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우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잠시 만났다가 다시 은상언니에게로 향했다. 지송이가 주저하며 물었다.

“뭘…… 하는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호록, 들이마신 언니가 양손으로 깍지를 만들어 낀 다음 그 위에 동그란 턱을 살포시 올려놓으면서 속삭였다.
 
“혹시 비트코인이라고, 알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기대했던 대답과는 너무 다른 질감의 단어에 당황했다. 보드랍고 촉촉한 치즈케이크의 세계에서 갑자기 질긴 콩나물의 세계로 넘어온 것만 같은 기분.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지송이가 물었다.

“사이버머니 같은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 가상화폐지.”
 
내가 면박을 주자 지송이가 반박했다.
 
“그게 그거지. 사이버는 가상, 머니는 화폐. 합쳐서 사이버머니. 맞잖아?”
 
듣고 보니 은근히 맞는 말 같아서 나는 가만히 있었다. 은상 언니가 정리해줬다.
 
“그래 맞아, 대충 맞는데 좀더 정확히 하자면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일종이야.”

언니는 암호화폐를 이해하려면 우선 블록체인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에 참여한다는 건 내가 가진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바이스를, 말하자면 공통의 ‘거래장부’로 사용한다는 의미라는 거였다. 대략 10분에 한번씩 이 시스템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의 거래장부가 갱신되는데 이 거래내역 묶음이 바로 블록, 그리고 그 블록의 묶음이 블록체인인 것이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본론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슬쩍 곁눈질해보니 나뿐 아니라 지송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차마 입은 못 벌렸지만 코로 하품을 하느라 콧구멍이 과하게 늘어나 있었다. 우리의 표정을 읽었는지 은상 언니가 한번 더 풀어서 설명해줬다.

“자, 집중. 이거 생각보다 되게 쉬운 거야. 만약에 지송이 네가 예금통장에서 만원을 찾는다고 쳐봐. 은행에 가서 ‘내 만원 주세요’ 그러겠지. 그런데 은행이 만원을 그냥 내줄까? 아니지. 네가 은행에 만원을 맡긴 적이 있었는지 기록해놓은 장부를 먼저 펼칠 거야. 그 장부에 여기 김지송이가 올해 몇월 며칠에 십만원을 맡겼다고 적혀 있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만원을 줘. 그리고 장부에 ‘김지송이 만원 출금함. 구만원 남음’ 이렇게 쓴다고. 입금할 때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야 나중에 이런 식으로 찾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 중앙관리형 시스템이라고 하는 이런 시스템은 일단 돈이 많이 들어. 은행이 있어야 하고 은행원도 있어야 하고 온라인 뱅킹조차도 그걸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들고. 장부에 누가 불을 질러버리거나 해킹해서 자기 통장 잔고를 조작하거나 하면 안 되잖아? 그래서 장부를 지키기 위해서 이중 삼중으로 보안을 해야 돼. 그런 게 다 비용이란 말이지. 그리고 또 문제가 있는데 그 장부만 손에 넣으면 개인의 거래내역이며 누가 얼마를 가졌는지 같은 걸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버리는 거야.”

그런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게 블록체인이라고, 언니가 열띤 설명을 이어갔다. 거래 장부를 블록체인 시스템에 참여한 사람의 수만큼 복사해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거였다. 중앙에서 하나의 주체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장부인 셈이었다. 그러면 전세계 컴퓨터에 장부가 분산되어 유지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따라서 수수료도 없고, 어느 누구의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누군가가 장부를 버리거나 조작한다고 해도 복사본이 있으니 소용이 없었다. 물론 모든 거래는 주기적으로 암호화되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고 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참여했을 뿐인데 모두의 재산이 안전해지는 거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아?”

“보이지 않는 손?”
 
긍정의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손바닥을 테이블 위에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무튼, 신기하지?”

이어서 이런 블록체인 시스템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를 채굴이라고 하는데…… 암호랑 문제를 풀고…… 알고리즘을 풀고…… 어쩌고저쩌고…… 대충 그런 설명을 들었는데 사실 제대로 이해를 하진 못했다. 아무튼 이 채굴이라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수수료를 받는 게 코인이고, 그 대표 격인 코인이 바로 우리가 들어본 비트코인이라는 거였다. 마지막 말만 알아듣겠고 그 모든 과정은 알 듯 말 듯 아리송했다. 나와 지송이의 미심쩍은 눈동자를 포착했는지 언니의 해설이 좀더 이어지려고 하는데 더 듣고 싶지는 않아서 말을 잘랐다.

“언니, 그래서 결론이 뭐야? 지금 우리한테 비트코인을 하자는 거야?”

“다해야.”
 
언니가 자세를 낮춰 테이블 건너 앉은 내 쪽으로 몸을 슬쩍 기울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넌 내가 그렇게 뻔한 소리를 할 것 같니?”

 
 


장류진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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