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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천재

서윤후
2020년 11월 18일



 
사랑의 천재

 
사랑의 천재는 태어나 딱 한번 실수를 했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고
그에게 수모를 안겨주며 나는 부활을 했지
 
비밀을 털어놓고 나니
그리 울 만한 일은 아니로군
 
그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사랑의 천재인 줄 모르고 낳아 기르던 부모의 곁으로
없었던 일로 만들기 위해 그는
정말이지 열심히만 살아야 하겠지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대답해줄 사랑의 천재는 사라진 후였고
어쩌면 거긴 먼 곳이 아니라 너무 가까운 곳 같아서
나는 내 사랑에 비켜선 채로
변명이 듣고 싶었다 이제부턴 변명의 천재로 살게 해줄 테니
 
사랑은 절대 홀가분할 수 없단다
지금 그의 안락함은 불침번이 잠깐 잠든 틈과 다르지 않지
꿈의 재료로 비밀을 포대로 나르다가
진실에 자꾸 쏟게 될 설탕을 나르다가
그는 잠깐 거짓말을 구하기 위해 잠들었을 것이다
 
사랑에 걸신 걸린 것들이 사랑의 천재가 된다
실패를 의외로 빠르게 끄덕이고는
바라보는 사람을 커다란 과녁으로 두는 것이다
나에게 쏟아진 화살과 뽑아낸 자리의 구멍
사랑의 천재는 이미 잊었겠지
기억력이 나쁜 천재를 믿을 수 없었지만
 
그땐 나도 천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잡화점 단골이 되어 선물을 고르고
엽서에 태어나 처음 고백을 적고
한자루의 총을 건네며 총알은 다음에 줄게
기대하게 만드는 선물을 건네며
거의 다 알게 된 비밀처럼 내 소개를 하고 싶었지
 
나의 고향에서도 슬픔을 환영하곤 했다
다 꿈에서 본 것들이었지만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들의 무대
천재가 아니었던 적 없는 사람들만 사는 곳의 주소를 잊기 위해
나는 그에게 명중되기를 바란 적 있지
 
사랑의 천재를 다시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내 부활도 점점 사랑으로 희박해지겠지
 
총알을 소포로 부치며 얄궂게 웃어보자
빗맞기를 바라는 것도 사랑의 일환이라면
나 사랑의 천재를 사랑한 적 있지
 



서윤후
2009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小小小』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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