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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않는 이 사랑의 삶

김연덕
2021년 01월 06일
 



 
놀라지 않는 이
사랑의 삶

 
관리만 하고 살기엔 아직 젊은 내가 산자락의 이 산장을 인수받았다.

시도해보고 싶은 공사
규모가 커 두려운 디자인도 계획도 많았는데 외관과 시설에 문제가 없는 이상 나에게로 날아간

이야기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


 
설계도를 펼쳐 공간이
부드럽게 낭비된 곳 벽과 벽이 의미 없이
막힌 곳을 살피고
 
계곡이나
눈 내리는 산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
공사하지도 않을 나의

 
시공업자들 한데 모은 낮

그들은 말수가 적고
어깨가 넓다.

손목과 손끝이 특히
단단한 그들은 공격하는

적막 앞에서도 일하게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내벽의 어둠

정지한 채 서랍을 놀라게 하는 자연이

반쯤 열린 삶으로
오래된 디자인의 작업복과
어깨로

 
내려앉고 있습니다.

동의하듯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지겹도록 많이 본 풍경인데 눈이 오면 왜 기쁜 쪽 
 
 
슬픈 쪽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려는 슬픔으로부터

거친 언어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야기가 될까.

조명 아래 쪼그라드는 숱 없는
머리

살집 잡히는 노령의
 
 
사랑이 될까.

질문과 대답이 하나로 엉켜 뒹굴 때

나는 나보다 진지한 내 역사를
상납한 것 같고

온전한 이 행복이 믿기지 않고

 
당신의 이야기가 전부 내 것이 되기엔
아직 내가 너무
젊지만


사실은 이런 낮이 마음에 들어.  
 
 


김연덕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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