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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김소형
2021년 02월 01일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포클레인은 멈춰 있었다
 
전깃줄에 앉은 새 한마리
솜털에 맺힌 눈 알갱이를 털어냈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검은 부츠를 신고 나는 
오래 떠올리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흑백사진을 인화할 때 
적색 암등 불빛이 갑자기 꺼졌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다시 
걸어가고 있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
태어난 누군가의 이야기
 
물질을 다루듯
흔들리는 빛 속에서
 
붉은 양떼의
음악이 들렸고
 
우리는 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죽는 순간에도
곁에 있어줘야 한다
 
시위대가 소리치며
다가왔다 
 
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죽어가는 사람을 떠올렸다


* 알폰소 링기스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은 자들의 공동체』, 김성균 옮김, 바다출판사 2013.


 
 


김소형
2010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ㅅㅜㅍ』 『좋은 곳에 갈 거예요』가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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