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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정치

남수정
2021년 02월 10일
      



 

내게 신촌은 특별하다. 처음 신촌에 도착했을 때는 겨울이었는데 그 냄새와 정경이 아직도 기억난다. 종종 심야영화를 보기 위해 찾았던 지역 영화관 아트레온이 CGV로 바뀐다는 소리에 서운해하던 봄날도 기억난다. 우리는 모두 특정 장소에 대한 특별한 기억과 감각들을 가지고 있다. 그 장소 자체가 물리적으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도시인(人) 각각이 특별한 감각을 장소에 주입하고 각자의 기억에 장소에 대한 감각을 그려넣는 것이다. 한편 나에게 종로 3가는 특별하지 않았다. 일상 공간에서 벗어난 곳이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으니 포차를 찾을 이유도 없었고,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으니 종로3가에 즐비한 토익학원에 다닐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 익선동의 ‘힙’함이 나의 발걸음을 그곳으로 유도했다. (나는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좋아한다.) 그때부터 종로 3가에 대한 감각들이 기입되기 시작했다. 어느날 절친한 친구가 익선동에 금요일과 토요일만 되면 찾는 게이 스트리트가 있다고 말했고, 그렇게 새로운 정보와 감각의 기입으로 나의 종로3가가 확장되었다. 지금 나에게 종로3가는 과거와 다른 의미를 갖는다.
 

2020년 5월 연구프로젝트 그룹 ‘서울퀴어콜렉티브’ 는 3차 세미나 ‘걷기-말하기-듣기’를 개최했다. 낙원상가에서 수십년을 일해온 악기 장인, 낙원동 게이바 업주, 트렌스젠더 BJ, 홈리스행동의 상임활동가와 여성 홈리스 다큐멘터리를 만든 영화감독에게 청해 도시의 ‘타자’가 종로3가 및 서울 도시 공간을 점유해온 과정들을 들어보았다. 이들은 당사자 혹은 가까운 목격자로서 특정 공간에 대한 특별한 감각과 기억들을 구술했다. 백발이 성성한 악기 장인은 70년대 낙원상가의 한층을 가득 채운 담배 연기의 추억을 꺼냈고 악기 상가가 쇠퇴해온 시간들을 묘사했다. 게이바 업주는 종로 3가에 ‘데뷔’하던 때를, 트렌스젠더 BJ는 이태원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말했다. 이 세미나를 기획하며 어떤 공간에 대한 누군가의 개인적인 감각과 기억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들의 기억이 청중들에게 기입되며 그들의 종로 3가가 확장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작업이 ‘일상의 정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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