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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

신이인
2021년 09월 15일



 
세계평화

 
 
유리구슬
커다랗고
 
뚜비 나나
지쳐 있다
 
구슬 안에서
곡선과 곡면과 온전함을 지키기 위하여 내부를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악법이 법이라면
영원도 원이야
 
그것 참 끔찍한 소리구나
뚜비는 굽어진 내벽을 쏘아보았다
이 벽을 걷어찬다면 소동이 일어나리
뚜비에게는 각오한 넘어짐이
나나에게는 난데없는 쓰러짐이
엎치락뒤치락
함께 굴러갈 것인데
 
그렇다면 어쨌든 나아간다고 말해도 될까
많은, 희망 많은 이들이 우리 어릴 적에 가르쳐주었듯
 
그것 참 끔찍한 소리구나
나나는 뚜비의 생각을 알고 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 뚜비는 투명하고 나나는 기민하니
유리 구슬의 두 축으로 적합하였으니 유리 구슬이 발생했다
속이 다 비쳐 반대편도 들여다보이는 뚜비를 보며
나나는 만일 
―이 구슬이 불투명해지면 그건 오롯이 나의 잘못
조용하게 결론지었던 적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지트를 가꾸는 데 집중하였을 뿐인데, 바깥이 관찰되지 않았다 바깥이 없다면 어디로 가는지 제자리에서 머리를 찧고 굴러다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 중 누가 확인해줄 수 있을까
나나는 너 혼자 넘어진 거라고 했다
뚜비는 구슬이 전진하는 거라고 했다
 
나나는 귀와 코를 열고 소리를 지른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향해 가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안에만 있을 거다 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만이 매일 돌아오는 똑같은 아침에 나동그라지고 우스꽝스러워질 뿐 바깥에서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웃기다고 웃을 것이다 몰려들 것이다 우린 그 사실도 모르고 광대처럼 싸울 것이다 예민해져서 서로가 미워지겠지 그런데 우린 어쨌든 함께해야 한다고 영원히 말이야 밖 같은 건 하등 쓸데가 없다 화해하지 않으면 고통뿐인 멍청이들의 상자 멍청해서 모서리도 없는 상자의 핵이 바로 나고 나에게는 너다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
 
둘은 화해의 의미로 딥키스했다
엷은
목 안에서 달싹거리는 혹이 관찰되고 있었다
엄마 저게 뭐야? 한 어린이가 묻기도 했을 것이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유리 장인이 빨대처럼 생긴 관에 후우 숨을 불어넣자
둥근 것이 생겼다
지구였고
호흡기로 감염되는 병균이 득시글거리는 곳이었다
 

 


신이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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