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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사랑

김현
2017년 01월 21일
약속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손을 놓고
마음을 정리한 후에 이불을 덮어주고
기다리는 것으로 인생은 정리되기도 합니다
 
어제였던가요?
당신이
 
꿈나라에서 데리고 온 작은 개를
언덕도 없고 레몬나무도 없는 배 위에 올리고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바다가 너무 넓어 건널 수가 없어요
배를 주세요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배를
둘이 노 저어 갈게요 내 사랑과 내가
 
작은 개가 뭘 안다고 컹컹 짖고
나는 물러나서
당신 맨발에 코를 문지르다가
어제였던가요?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했어
말해주자 당신이 여느 때보다 더 크게 웃다가 그만
오줌을 쌌지요
그렇게 다시 당신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을요
 
바다에 간 적도 있잖아
뽀송뽀송한 새 바지를 입고서
광어회를 먹으며 불꽃놀이를 보는데
너무 가까워서
순식간이라는 걸 알아버렸지
산다는 건 당신이 말했지요
 
계절은 한철 밤은 길어지고
겨울 들판에 나가 수박을 구해 오는 사람이 있고
그걸 먹고 병이 나아서
남자와 남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여름도 아닌데 불꽃놀이는 무슨
말하다가도 불꽃을 올려다보고 감탄하고 마는
짧은 시절
우리는 매운탕까지 다 먹고 일어나
숙박하러 가서
서로 등을 긁어준 후에
작은 개의 작은 삶을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잖아
그런 사정도 있다고
어제였던가요?
 
이제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당신 머리맡에
과일나무를 두었는데
당신이 슬픔의 꽈리고추를 씹은 사람처럼
세상에 없는 무시무시한 말을 했습니다
꽃말이 생각났지 뭐예요
 
성실한 사랑
 
당신이 나에게 가장 성실했던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가장 성실했던 사람일까요?
 
당신이 성실한 사랑의 냄새를 맡고 싶다고 해서
제가 당신 손을 꼭 잡아주었는데
이 짧은 걸 하려고 사람은 오래도 사는구나
과일나무에 달린 과일을 죄 따서
저 혼자 다 먹었습니다
당신의 코를 깨물었고요 당신은 냄새를 맡았을까요
매운 걸 잘 못 먹는 당신에게
매운 걸 주었다가 울어버린 기억이 났습니다
울음은 언제나 가까이 있어서
달려듭니다
 
작은 개는 그런 걸 보나보죠?
나는 다가가서 그런 걸 보고 있는 걸 보는 당신을 보고
손을 바로 잡고
컹컹 짖었죠
나는 작은 개랍니다
꿈나라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를 기다렸어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바다로 흘러가는 배가 하나 있네요
짐을 가득 실었지만
내 사랑만큼 가득하진 않아요
내 사랑이 가라앉을지 헤쳐나갈지
나도 모르겠어요
 
어제였던가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고
당신 배 위로 갔잖아요
우리 노를 저어 가요
넓은 바다로
두려움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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