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 http://munhak3.com 문학3 ko Fri, 22 Jun 2018 08:44:18 +0900 xperimentz@naver.com (문학3) 문학3 http://munhak3.com http://munhak3.com/img/logo.gif 달려가는 이모티콘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7 -@munhak3.com (신용목) 상형문자의 매력은, 말하자면 ‘기표와 기의’의 관계에서 자의성을 최소화하고 필연성을 극대화한 데 있을 것이다. 코끼리 모양(기표)을 그려놓으면 코끼리(기의)가 되니까 말이다. 아니, ‘대상’이라는 기표를 ‘문자’라는 기표로 옮겨놓았으니, ‘기표가 기의를 삼킨 것’이라고 보아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이모티콘’을 즐겨 쓰는 이유 가운데는 기호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것’에 대한 그리움이 늘 우리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몸이 삼키고 있는 마음의 어디쯤 ‘이름& Wed, 20 Jun 2018 15:13:38 +0900 2회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7 우주의 경계 너머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6 -@munhak3.com (백민석) 어느날 붓다는 동서남북 사대문 밖을 다니며 중생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지 목도했다. 예전엔 인간 중생들이 하던 일을 이제는 기계인간 중생들이 하고 있었다. 어떤 기계인간은 손가락 끝마디가 깨질 때까지 하루에 2000개씩 나무 빨래집게를 깎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는 빨래를 널 수도 없는데 빨래집게는 왜 깎느냐? 네, 청정대기 쌘프란시스코로 수출하는 집게입니다. 기계인간은 하루에도 다섯번씩 손가락 끝마디를 새 마디로 갈아 끼웠다. 또 어떤 기계인간은 이른 봄부터 낙엽청소기로 공연히 거리를 쓸고 다녔다. 낙엽이 질 때가 아닌데 낙엽청소기는 왜 돌리느냐. 네, 지금 Wed, 20 Jun 2018 11:34:02 +0900 3회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6 늙은 햄릿(3회)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5 -@munhak3.com (전성태) 산릉 남서쪽 사면으로 완만한 내리막길이었다. 회백색 바윗장을 지느러미처럼 인 능선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길은 골짜기를 향해 깊어졌는데 저 아래 삼나무 조림지로는 벌써 그늘져서 숲은 더욱 검어 보였다. 서녘 난바다 쪽으로는 아마 완도에 딸렸을 크고 작은 섬들이 오후의 뿌연 대기 속에서 느런히 떠 있었다. 골짜기는 그 삼나무 숲으로 단애를 이루듯 가팔라졌다. 화전마을 웃골은 바로 그 가파른 산세 위뜸 사면에 있었다. 계단논과 같은 지형에서 얼핏 초가 서너채가 눈에 띄었다. 양창선이 앞장섰다. 오솔길을 에돌 때 언덕 아래에서 농막 같은 오두막이 불쑥 나타나곤 했는데 장샌 Mon, 18 Jun 2018 11:05:28 +0900 3회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5 모든 답이 그런 건 아니지만 모든 질문은 옳다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48 -@munhak3.com (신용목) 여성, 퀴어, 페미니즘 등의 기표가 여러 방향에서 감행하는 점검은, 문학에 있어서 ‘의미’와 ‘윤리’, 곧 문학의 존재방식에 대해 되묻고 있다. 이제 텍스트의 의미는 언어의 내적 관계성이 구축한 세계만으로 통용되지 않으며, 텍스트의 윤리가 사회적으로 통합된 지향점으로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문학이 고유하고 예외적인 보편성을 보장받던 시대는 갔다. 일상을 가로지르는 개개인의 감각이 현실의 조건을 시시각각 구성하며, 사유의 근거를 ‘보편적 이성’에서 ‘특수한 경험’으로 바뀌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로 세계는 삶의 순간순간을 Fri, 15 Jun 2018 19:05:00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48 옮겨다니기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4 -@munhak3.com (류한경) 나는 성북동의 오래된 한옥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봄이면 아까시나무와 라일락 향기가 식은땀에 젖은 내 이마를 쓸어넘기곤 했다. 그 집은 외풍이 심해 골조가 삐거덕거렸지만, 불안했다기보단 집이 살아 있어서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잠이 안 오는 날이면 나는 괜히 거실 문을 열고는 저 멀리 남산타워가 천천히 깜빡거리는 걸 지켜보곤 했다. 나는 그 집을 아주 좋아했다. 우리 가족은 이사를 여러번 다녔다. 하지만 성북동의 집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아도 친척이 늘 살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숱한 이사의 경험은 그 집과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길 반복하는 경험이었다. 그 와중에도 마 Fri, 15 Jun 2018 18:30:00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4 눈부셨던 응우옌티탄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시민평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3 -@munhak3.com (임재성) 2018년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이하 ‘시민평화법정’)이 열렸다. 정식 법정이 아니라 시민들의 힘으로 만드는 민간법정이기에 ‘권력’은 없었지만, 그 대신 ‘진실’과 ‘연대’가 담긴 법정이었다.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은 80여개 마을에서 9천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평화법정은 그중 1968년 2월경 발생한 퐁니·퐁넛 마을 학살사건과 하미 마을 학살사건을 심리하였다. 각 사건에서 가족을 잃고 Fri, 15 Jun 2018 18:29:21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3 뉴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만난 4·3사건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2 -@munhak3.com (모진수) ‘제주4·3사건이라고? 글쎄, 이걸 할 수 있을까?’ 막연한 걱정이 먼저 앞섰다. 일단 나부터도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졌다는 그 사건의 이름만 겨우 들어봤을 뿐이지, 어떤 일인지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상조사보고서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7년에 걸친 사건의 기록은 끝을 모를 만큼 방대하고 복잡했다. 보고서를 훑어보고 나서도 옆 동료에게 이것이 어떤 일이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4·3사건은 이미 주요 언론을 통해 많이 다뤄진 주제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는 방송국들이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 제작한 한시간짜리 다큐멘터 Fri, 15 Jun 2018 18:18:16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2 현장에서 본 여성 이주노동자 성폭력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1 -@munhak3.com (허오영숙) 한국에서 여성 이주노동자는 가려진 존재다.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남성으로 상상한다. 이주여성이라고 하면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농촌에 사는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들을 먼저 상상한다. 결혼이주여성이 시골보다 도시에, 수도권에 50% 이상 살고 있는 현실과도 사실은 무관한 이미지다. 하지만 이미지는 강력하다.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에 결혼, 취업, 공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온다. 2017년 기준 210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인구 중 95만 정도가 여성이다.여성 이주노동자 규모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중 취업이 가능한 인력은 58만명 정도이다. 이 중 전문직은 5만명 Fri, 15 Jun 2018 17:58:44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1 파란색은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3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0 -@munhak3.com (정선율) 이름도 출신도 없는 나는 어느 고아 소년이 되어 붉은 곳에 들어 있다우리의 붉은 것이 부끄러웠을 때 형과 나는 인간을 꿈꾸었다인간의 긴 팔로, 커다란 나무 작살을 들어 결코 우리는 이길 수 없던 짐승을 향해 내리꽂으면무엇이든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인간은 젊지도 늙지도 않아서용맹하게 도달한다고 여겼다그러나 내가 삶은 돼지의 삶에서 소년의 삶으로 옮겨온 후에 나의 손을 잡아준 이는염소의 눈을 하고 구부정히 걷는 저 노인이었다 출항은 외로움의 표현이라지어느 순간엔 물고기가 보이는 지점이 있다고노인은 건져낸 후의 생선을 믿는다행복을 담은 어둠들나는 내가 떠나온 Fri, 15 Jun 2018 17:56:37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70 파란색은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2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9 -@munhak3.com (정선율) 파란색으로 승화되는 밤나는 덜 삶아진 채 숨을 쉰다우리가 돈육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우리는 줄곧 화물 냉동칸 안에 있다 이곳은 우리가 누린 삶보다 높다어젯밤 나 대신 육절기에 들어간 형과 아버지,원형 칼날에 머리와 엉치뼈가 잘리고 뼈와 내장이 엉켜 갈리면서도아버지는 내게 무엇이 슬픔인지 말해주지 않았다내가 나로 남을 수 있도록 나는 지금 행복을 생각한다 빛의 가운데어떤 이에게 바다는 성찰이지만, 어떤 이에게 바다는 울부짖음이다둘은 같은 것이겠지어두워지는 곳에 남기로 한 사람들가운데는 어떤 기분일까역은 슬픔을 놓친 곳에 있다사라지고 싶은 것일까기차 Fri, 15 Jun 2018 17:49:31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9 안다 그리고 모른다: 연애2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8 -@munhak3.com (유병록) 안다막을 수 없는 일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신이 아니며뛰어난 인간조차 되지 못했고 보잘것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건그저 애쓰는 일애쓰다가 실패하고 마는 일 안다돌이킬 수 없는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일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 믿고 싶지만여기는 꿈이 아니고 잠들지 못하는 밤에 할 수 있는 건잊어버리는 일그러나 기억하려고 애쓰는 일 모른다나는 신을 믿지 않으며끝을 준비하고 살아오지 않았으므로 왜 나인지왜 나는 아닌지 A소원은 통일. Fri, 15 Jun 2018 17:48:02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8 스위치: 연애1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7 -@munhak3.com (유병록) 언제 이렇게 깜깜해졌을까 어둠속에서 스위치를 찾으려다가 내 눈먼 손바닥이 당신을 때렸다 조심했지만 몇번이나 당신을 아프게 했고 당신의 손도 나를 때렸다 괜찮아우리는 잠시 눈이 멀었으니까 곧 우리는 주의하지도 않고 함부로 팔을 휘둘렀다 어두우니까 불을 밝히면 모든 게 좋아질 테니까 기억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스위치는 거기 없고 어둠이 당신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아마 당신도 그러했을 것이다 한참을 더듬거리며 비명을 지르다필사적인 손끝에 스위치가 닿는 순간의머뭇거림 나는 지금 멍투성이일 텐데 당신은 산발일 게 분명한데 불이 켜지면 우리는 지옥을 마주하게 Fri, 15 Jun 2018 17:46:20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7 캄파넬라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6 -@munhak3.com (성미정) 시를 쓸 수가 없다이 사실로부터종이 울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종이어느 허공에 매달려 나부끼는지알 수 없는 종이 시작인지끝인지 알 수 없는종이 울린다 수없이 많은 꽃잎들이종소리와 함께 날아간다 추락하여 새하얗게 질린 꽃잎들은하얀 종이 사이에 끼워넣는다 텅 빈 공책을 펴면나만 들을 수 있는종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주 오래된 속삭임 같은옅은 한숨 같은 바스락거림 종이 열린다 성미정1994년 『현대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시집 『대머리와의 사랑』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상상 한 상자』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가 있다. Fri, 15 Jun 2018 17:45:05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6 봄은 하루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5 -@munhak3.com (성미정) 그리고 겨울 어디쯤잠시 환영처럼 피어나는 하루 분홍 벚꽃의 하루보라 제비꽃의 하루하얀 별꽃의 하루첫 비행연습 후아기 새가 떨어뜨린 솜털의 하루 잠시 눈을 감으면 보이는 그 아이의 하루작은 유리구슬을 만지던 하루한권의 책을 찾아 사라진 도서관을 헤매던 하루계속 태어나는 미로를 지나던 하루 먼먼 옛날 그 아이의 하루가 시작된 후아직 끝나지 않은 하루피어나지도 열매 맺지도 않은 하루를걷는 동안 은발의 건초가머리에 자라던 아이 그 아이의 하루를 본다잠시 눈을 감고 오늘도그리운 하루만 본다 성미정1994년 『현대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시집 『대머리와의 사랑 Fri, 15 Jun 2018 17:43:35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5 The Typist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4 -@munhak3.com (김이강) 대낮 거리에 선 너의 목소리깊고 넓었지어깨가 잘린 채로 걸었지소매는 없고손은 더 없고등 뒤에서해는 따라오지너는 따라오지나머지 몸마저 잘리어가는데자꾸만 돋아나고자꾸만 움직이는 깊고 넓었지부수어진 나를능숙하게 조립하는 너의 손 눈이 부셨지 김이강2006년 『시와 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가 있다. Fri, 15 Jun 2018 17:41:27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4 바다가 보이는 주유소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3 -@munhak3.com (김이강) 이 세상에서 너의 묘사를 더이상 발견할 수 없을 때까지나는 걷기로 했어 * 눈이 아주 가늘었겠지 아마 그랬을 거야낮의 주유소에서 마주쳤다던네가 묘사한 적 있는 그 사람 마르고 파란 파도들이어깨 너머로 넘실대는 바다가 보이는 주유소 같은 걸 생각하면눈이 감겨하늘이 파래져 * 튜브 타고 놀았지모두의 한여름에 바다에 안겨서 따뜻했지 여러해가 흐르면 차가운 겨울이 되고에릭 로메르나 밀란 쿤데라 대신에정지돈이나 르끌레지오를 내밀게 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또 흘러가고흘러가고 * 이봐, 힘을 내봐너를 살려봐 이런 이야길 하게 되었지 나는 권태를 맞이한 연인처럼며칠 지난 Fri, 15 Jun 2018 17:39:39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3 풍등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2 -@munhak3.com (A) 안쓰럽다고 생각했어요. 도서관 안으로 새가 들어와 있다면. 들어와 나갈 곳을 찾지 못한 채 퍼덕거린다면. 시간이 흘러 바닥에 떨어져 죽은 듯 있다면. 나는 안쓰러워요. 그리고 안쓰러워하는 것과 인간화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아닌 걸 인간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다만 안쓰러워할 수는 있다고. 나는 인간을 통역하는 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뻔하다가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 나는 다만 하나의 인간이니 교정을 배회하며 미래를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하군요. 미래는 절망적이군요. 이제 미래를 생각하는 건 터무니없이 지겨워. 나 Fri, 15 Jun 2018 17:37:51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2 백설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1 -@munhak3.com (A) 그럼 나랑 같이 놀아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여러차례 목소리를 내봤어요. 그럼 나랑 같이 놀아요. 입을 통해서도 말했습니다.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도 입모양을 보지도 못했을 테지만 나는 말했어요, 이 편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밤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금 나는 거기 없지만 훗날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럼 나랑 같이 놀아요. 이 말을 반복했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가면서요. 그랬으니 마침 밤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등장하는 동화가 떠올랐습니다. 동화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나오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갑니다. 밤이었 Fri, 15 Jun 2018 17:33:23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1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0 -@munhak3.com (정소연) 1 ‘이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가벼운 유골함을 들고 걸으며 생각했다. ‘이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이날을 가끔 말했었다. 즐거운 화제는 아니지만 필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몸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는 동안 우리가 함께 받은 과제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 외에도 고려할 것이 많은 현실을 받아들였고, 본사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나는 나의 죽음을 준비했고 그는 긴 기다림을 준비했다. 시뮬레이션도 했다. 나는 지금 모습 그대로 쉰, 예순, 일흔살 Fri, 15 Jun 2018 17:28:49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60 가장 낮은 자리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59 -@munhak3.com (박유경) 9인승 스타렉스가 해산터미널 앞에 섰다. 연식이 오래된 차의 양옆과 뒤를 홍보 문구로 가득 채웠지만 찌그러진 부분들과 여러번 도색해 군데군데 색이 다른 흔적까지 가려지진 않았다. 지민은 빨갛게 언 손으로 차 문을 힘껏 잡아당겼다. 문에 쇳덩이라도 매달려 있는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지민이 서 있던 자리에 은호가 끼어들어 문을 옆으로 밀었다. 덜컹 흔들린 문이 겨우 사람 한명 드나들 만큼만 벌어졌다. 은호가 스타렉스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무도 안 탔죠?” 김 기사가 “없어” 하고 나른하게 대꾸하고는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했다. 은호는 Fri, 15 Jun 2018 17:23:52 +0900 blank http://munhak3.com/detail.php?number=1259